[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산타, 사탄, 드래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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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 기자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세상은 벌써 녹색과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다.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각종 모임들도 줄을 잇는다. 자연스레 달력의 마지막을 넘기며 왠지 모를 들뜬 기분이 든다.

주식 시장도 연말 분위기에 맞춰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를 전후해 증시가 상승하는 ‘산타랠리’ 때문이다. ‘올해는 산타가 찾아오길’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기대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산타의 선물을 받기 위해 증권사 예탁금이 대폭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48조 6681억 원으로 10월 13일(49조 4920억 원) 이후 두 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직전인 지난달 3일 44조 6820억 원까지 줄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4조 원가량 급증했다.

올해는 산타가 등장할까. 전문가들은 ‘산타가 벌써 왔다간 것 같다’며 연말 산타 랠리 가능성을 낮게 본다. 공매도 금지, 금리 인하 기조라는 호재 속에 증시는 11월부터 랠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값, 가상화폐 자산 가격도 연일 고가를 경신하며 랠리에 돌입했다. 지난 한 달 코스피는 11.3%, 코스닥은 13.0% 급등했는데 이달 들어 코스피, 코스닥 모두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무조건 주가를 올릴 것으로 기대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외국인 수급 이탈로 이어지고 있고 11월 상승 이후 이달 들어 차익 실현 매물도 나오고 있다. 불법 공매도 처벌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둔화 우려 등은 증시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월가에는 “만약 산타가 오는 데 실패하면, 브로드 앤드 월(뉴욕증권거래소가 있는 곳)에 곰들이 올 수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산타 랠리가 없으면 후유증 탓에 새해 증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해 마지막날 코스피 지수를 되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냉혹한 사탄랠리가 찾아와 코스피는 2236 포인트로 한 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코스피는 올해 극적으로 반등해 2500 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곰 대신 2차전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랠리가 찾아왔다.

남은 12월 한 달, 그리고 2024년 갑진년 용의 해에는 금리 인하 기조 속에 주식 계좌도 빨갛게 용처럼 솟아오르길 바라본다. 경기 둔화가 아닌 회복, 중동 전쟁 종료, 불법 공매도 청산 등 희망찬 뉴스가 새해 쏟아지길 기원해본다. 이맘때 반짝 찾아오는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보다 내년 이맘때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는 끝없이 솟구치는 드래곤 랠리의 해였어’하며 웃음 지어보길.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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