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4년 만에 중국에 ‘일대일로’ 탈퇴 통보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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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중 유일하게 2019년 가입
중국 수출액 기대 못 미쳐 탈퇴
올해 말 연장 앞두고 거부 서한
베이징 국제정상포럼에도 불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탈리아 총리실 제공. 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탈리아 총리실 제공.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중국에 ‘일대일로(중국과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탈리아의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일 중국 정부에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첫 보도가 나온 이후 이탈리아 안사(ANSA), 로이터, AFP 통신도 정부 관계자의 확인을 거쳐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4년 만에 공식 탈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탈리아와 중국, 양쪽 정부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중국의 서쪽인 동남아시아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유럽, 나아가 세계 곳곳을 육상철도와 항구로 잇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올해 말까지 협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으로 연장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며 탈퇴를 공언해 왔다.

정부 당국자들도 탈퇴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지난 7월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참여 결정이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금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느냐”라며 “중국이 경쟁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트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돌아선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꼽힌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한화 23조 5000억 원)에 그쳤지만, 프랑스는 230억 유로(한화 32조 70000억 원), 독일은 1070억 유로(한화 152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이탈리아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일대일로는 우리가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대일로 탈퇴로 가닥을 잡았으면서도 이탈리아 정부는 탈퇴에 따른 불똥이 자국 기업에 튀지 않도록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탈퇴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중국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를 막기 위해 지난 9월 타야니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대했지만 결국 설득은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도 불참하며 탈퇴를 기정사실로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정부 관계자는 "더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우수한 관계를 유지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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