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포기 선언” 반발에도 당헌 개정 밀어붙인 민주당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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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중앙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중앙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비중을 줄이는 당헌 개정을 최종 확정했다. 당헌 개정에 대해선 “영남권 당원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주도로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전당대회 룰 개정 중앙위서 의결

권리당원 표 가치 3배 이상 높여

권리당원 적은 영남지역은 소외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 조정 더해

당헌 개정으로 당내 파열음 커져

비명계 “신당 만들면 그게 민주당”

민주당은 7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높여 대의원 투표 비중이 줄이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당헌에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을 60 대 1이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이 비율이 20 대 1 미만으로 줄었다.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기존의 3배 이상으로 높아진 셈이다.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 비중 차이는 민주당 당원 분포의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민주당은 호남과 수도권에 당원이 집중돼 권리당원 투표가 많이 반영될 경우 영남지역은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고르게 배분되는 대의원의 표 가치를 높게 설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친명계를 중심으로 권리당원 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1인 1표”라는 게 친명계의 논리였다.

반면 비명계에선 영남권 당원 소외 문제를 지적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전날 중앙위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민주당은 취약 지역의 투표 등가성을 보정하고 그에 맞는 정치 의사 보장을 위해 대의원제를 도입했다”며 “이번 당규 개정은 영남 당원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전해철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총선과 직접 관련 없는 대의원제 관련 논란을 만들어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비명계의 이런 비판은 친명계가 장악한 중앙위원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실시된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 개정안에 대한 찬성은 67.55%, 반대 32.45%였다.

이번 당헌 개정에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의원들에 대한 감산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될 전망이다. 감산 비율 조정에 대해서도 비명계에서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은 총선 1년 전에 공천룰을 확정하도록 당헌당규를 만들어 놓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이를 고치면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었다. 박용진 의원은 이와 관련 “당헌당규 자체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당헌당규를 함부로 바꾸고 훼손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당 정신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이번 당헌 개정에 대해 친명계의 당 장악 의도로 보고 있다. 친명계가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당원들을 이용해 비주류에게 총선 공천 불이익을 주고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까지 독식하기 위해 제도를 바꿨다는 지적이다.

이번 당헌 개정으로 민주당의 파열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 등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뉴스라이더’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과 관련, “마냥 시간을 끌고 연기를 피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실패를 되돌릴 가능성은 있냐’는 질문에 “이제 뭘 할 수 있겠나. 별 기대는 안 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누구와도 소통할 생각’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지금도 (이 대표를)만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냥 ‘도와달라’는 선이어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친명계가 주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대해서도 비명계가 강력 반발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민주당의 원로 그룹과 시민단체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에 비명계에선 당의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신당을 만들 경우 “그것(신당)이 민주당이고 오히려 지금 남아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개딸(개혁의딸)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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