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산상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공동건의문 첫 채택… 활동 본격화
12일 산은 측에 공동건의문 전달 계획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함 장기화 탓
에어부산 경쟁력 약화로 위기감 고조
실제로 2년 간 운수권 배정 못 받아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 상공계가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전국 유일의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살리기 위한 공식 활동이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10일 부산지역 상공계 등에 따르면, 시와 부산상공회의소는 산업은행에 공동건의문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과 지역 발전방향 토론회’가 열리는 오는 12일이 유력하다. 에어부산 주식을 보유한 시와 부산상의 등은 지난달 말 열린 주주간담회를 통해 시와 부산상의는 분리매각 TF를, 동일과 세운철강 등 주주 기업은 인수추진 TF를, 시민단체와 학계, 정치권 등은 에어부산분리매각추진협의회(가칭)를 각각 운영하기로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시와 부산상의는 주주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공동건의문 작성에 나섰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당위성을 적극 알리고 2007년 지역 상공인이 주축이 돼 탄생한 지역 기업인 에어부산을 지역으로 돌려받자는 취지다. 현재 에어부산 지분은 아시아나항공이 41.9%를 갖고 있으며 시와 지역 상공계는 16.11%를 보유 중이다. 한 상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등을 약속한 만큼 지역 거점 항공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동건의문을 발표하면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를 공식화한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함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산은이 ‘EU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라 부산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당초 1월로 예상됐던 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의 심사 결과 발표가 2월 중순으로 확정되면서 불안은 가중됐다.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업황 회복에 힘입어 덩치 키우기에 돌입하면서 에어부산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것도 큰몫을 차지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 4일 두 번째 화물 전용기 도입을 완료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차세대 항공기 ‘B737-8’도 도입하면서 항공기가 기존 40대에서 4일 현재 42대로 늘어났다. 에어부산을 일찌감치 추월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누적 영업이익 누적 수송객수(1~10월) 등에서 진에어마저 앞지르고 LCC 2위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이 유럽 집행위원회(EC)가 제기하는 경쟁제한성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한국~유럽 4개 노선 슬롯(특정시간대 공항에 이착륙할 권리) 등을 티웨이항공 측에 이관하기로 약속하면서 티웨이항공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취항을 시작한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미주노선 이관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030년까지 대형 항공기 20대를 추가 확보하는 등 후발주자로서 거센 추격에 나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에어부산은 손발이 묶였다. 모회사인 아시아나와 함께 산업은행으로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는 탓에 사업 확장은 물론 인력 충원도 쉽지 않아서다. 지난 2년간 제주항공이 주 4회 인천~울란바토르에 이어 주3회 부산~울란바토르 운수권까지 확보하고, 진에어마저 주6회 무안~상하이 운수권을 확보하는 동안 에어부산은 운수권을 하나도 배정받지 못했다. 기업결합 장기화에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가 물건너가면서 언제 ‘빅4’에서 밀려날지 모를 처지가 된 셈이다. 또다른 상공업계 관계자는 “지원이 제때 뒷받침되지 않으면 빅4 안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고사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에어부산이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은과 정부가 분리매각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