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100일’ 한국국제대, 자산 감정 마무리…매각 먹구름?
8월 31일 폐교 이후 100일 지나
기록물 이관·체불임금 정리 진행
감정치 예상치 웃돌아…매각 우려
경남 첫 폐교 대학인 진주 한국국제대학교가 문을 닫은 지 100일이 지났다. 밀린 임금과 세금 등을 갚기 위해선 하루 빨리 매각이 진행돼야 하는데, 예상보다 감정가가 높아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파산 결정으로 지난 8월 31일 폐교한 한국국제대는 현재 기록물 이관과 교직원 체불임금 정산 작업, 자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교내를 꽉 채우던 기존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온데간데없고, 이수경 파산관재인과 3~4명의 보조요원들만 남아 대학을 관리하고 있다.
일단 기록물 이관은 거의 막바지 단계다. 비전자 기록물 약 3만 권과 전자문서 13만여 건 등 지난 40여 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 옮겨진다.
대학은 사라졌지만 누군가는 재직증명서나 졸업증명서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45년 간의 역사는 고스란히 남겨야 한다. 또 수많은 연구자료는 물론, 회계자료들 역시 차후 학교와 관련된 행정소송이 진행될 경우 필요해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자료는 사학진흥재단에 옮겨진 상태며, 이달 말까지 대학 내 서버에 저장된 기록물을 삭제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반면 교직원 체불임금 정산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 전·현직 교직원 59명이 법원에 신청한 파산신청서에는 밀린 공과금과 임금이 110억 원 정도로 추정됐지만 확인 결과 실제 체불임금 규모는 훨씬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부터 대학 행정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급여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분명 일을 했는데 근로계약서가 없거나, 본인의 연봉이 얼마인지 모르고 근무한 사람이 태반이다. 대부분 기존에 받았던 급여를 기준으로 채권신고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는데, 일부 정산 해보니 체불임금만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밀린 공과금도 적지 않은데, 정산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자 부담도 커진다.
이수경 파산관재인은 “현재 임금채권 확정에 동의하는 절차가 진행 중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학교에 남아 있는 규정을 기준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학교 행정이 오래 전부터 마비됐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산 매각이다.
학교 자산이 제때 팔려야 대학 시설물의 흉물화를 막을 수 있고 체불임금 정산도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 자산의 활용 가치가 높고 가격도 적정해야 하는데 한국국제대가 워낙 외진 곳에 있어 매각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일찍부터 뒤따랐다.
또 법원에 제출된 파산신청서에는 대학과 외부 기숙사 등을 합쳐 290억 원 정도의 값이 매겨졌는데, 최근 감정평가에서 이를 훨씬 웃도는 감정가가 나왔다.
기존 290억 원으로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보다 수십, 수백억 원 높은 가격이 매겨진 셈이다. 임의매각이 실패하면 경매에 넘겨지게 되는데, 얼마나 오랜 기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대학 자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규섭 진주시의원은 앞서 진주시가 한국국제대를 매입해 지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과 커뮤니티 공간, 주차장 등을 갖춘 지역복합문화시설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신 경남도의원은 교육시설이나 연구시설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경남도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국내에는 약물 중독 등 전문 치료시설이 없는 만큼, 한국국제대 건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수경 파산관재인은 “대학이 경매로 넘어가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지역을 위해 건물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대학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면 지자체나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국제대는 지난 1978년 3월 개신교계 여자 전문학교인 진주여자실업전문학교로 개교했으며, 이후 진주전문대학을 거쳐 2003년 4년제 진주국제대로 전환했다. 2008년 3월부터는 한국국제대로 교명을 변경하고 실용학과를 중심으로 인재를 배출해왔지만, 잇단 감사 지적에 2018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정부 지원이 끊겼다. 이후 재정난이 가중된 한국국제대는 미납된 공과금과 체불 임금이 100억 원을 넘겼고, 지난 7월 법원이 학교법인 파산을 선고하면서 8월 31일 폐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