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 ‘아베파’ 비자금 스캔들… 기시다, 전원 경질 추진
후원금 모금과정서 비자금 조성
관방장관 등 당 간부 5명 적발
당내 최대 파벌 ‘아베파’ 소속
지지율 위기에 조기 진화 나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자민당 내 ‘아베파’ 출신 장관과 당 간부 5명을 전원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보도가 10일 나왔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정권 간부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기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에 더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뜻을 굳혔다고 전했다. 또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상원) 간사장 교체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각과 당 간부 인사는 이르면 연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질 대상으로 거론되는 5명의 장관과 당 간부는 아베파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여당 실세 정치인들로 꼽힌다.
당초 일본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개각과 당 간부 조기 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아베파는 2018~2022년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이른바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줬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회계처리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경질 대상으로 거론된 5명은 100만 엔(한화 910만 원)에서 1000만 엔(한화 9100만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파 간부를 비롯해 아베파에서만 의원 수십 명이 파티권 판매 할당량 초과분을 돌려받아 비자금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비자금 의혹은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기시다 총리뿐 아니라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베파는 소속 의원 99명을 보유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로 2000년 이후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등 4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존속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번 의혹으로 아베파 지배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견해도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