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진주 가야고분군 뚜껑돌
‘돌도끼로 구멍을 판 남두육성 별자리/ 굄돌이 지탱하는 뚜껑돌을 지붕삼아/ 망자의 눈높이에는 여름밤이 찬란하다.’ 옥영숙 시인의 ‘별자리가 새겨진 뚜껑돌’이란 시의 도입부이다. 시인은 경남 함안의 말이산고분 13호분에서 출토된 뚜껑돌(개석·蓋石)을 보고 이 시를 썼다고 한다. 가야 시대 대표적 고분군 중 하나인 말이산고분군은 아라가야 전성기인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말이산고분군은 올해 9월 김해 대성동고분군 등 6곳 가야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시에 등장하는 뚜껑돌은 우리나라 고대 무덤 양식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무덤 구덩이를 덮는, 판으로 된 돌’을 말한다. 옛 무덤 양식인 돌덧널무덤(석곽묘)이나 돌방무덤(횡혈식 석실)에서 등장하는 뚜껑돌은 바로 이를 지칭한다. 돌덧널이나 돌방 무덤의 뚜껑돌은 1개 혹은 수 개의 뚜껑돌로 구성되는데 돌 하나의 무게가 수t에 달하는 것도 있다.
말이산고분 13호분 뚜껑돌은 특이하게도 밤하늘의 별자리를 새긴 구멍이 확인됐다. 뚜껑돌을 얹었던 돌덧널무덤은 가야 시대 우리나라 남쪽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던 무덤 양식이었다. 신라와 가야의 고분 축조 기술을 보여주는 부산 연산동고분군의 무덤 중에서도 뚜껑돌이 확인됐다. 발굴한 고분 중엔 무게 2~3t에 달하는 뚜껑돌이 제자리를 잡고 이동할 때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뚜껑돌 아래 목재를 놓은 흔적도 발견됐다.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 운천리 일원 원당고분군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가야고분군 중 최대 규모의 뚜껑돌이 최근 발굴됐다. 시굴조사 결과, 원당고분군에서 너비 2m 정도(길이는 드러난 부분만 최소 2m 이상)로 현재까지 확인된 가야고분군 중 최대 규모의 뚜껑돌로 추정된다. 통상 뚜껑돌 규모는 사회 권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렇게 큰 뚜껑돌을 무덤까지 옮길 수 있었다는 것은 무덤 속 주인공이나 그 가족이 큰 돌을 다루고 운반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경비를 동원할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전국의 가야 유적 2495건 중 경남에 67%인 1669건이 분포돼 있다. 이 가운데 진주(176건)는 함안(194건), 창원(178건) 다음으로 가야 유적이 많은 곳이다. 원당고분군 외에도 진주의 가야고분군으로는 옥봉·가좌고분군 등이 있다. 이번 뚜껑돌 발굴을 계기로 진주의 가야고분군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재조명 됐으면 한다. 가야사 복원은 임나일본부설과 같은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 고대사를 바로 세우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