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화명신도시 등 기대감… 실효성엔 ‘갸우뚱’
여야 재건축·재개발 관련법 처리
용적률 최대 500% 상향 적용 가능
지역 격차 등 감안 사업성은 의문
실현 가능성 높은 곳 수도권 지적
총선 표심 겨냥한 선거용 비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재건축·재개발 관련 법을 대거 처리했다. 법 개정으로 부산에서도 해운대 신시가지를 포함한 ‘대규모 신도시’와 서구, 동구, 북구, 사하구 등 원도심이 영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일부 법안의 경우 지역 격차, 기반시설 부족 논란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선거용 법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제정안을 비롯해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부산에서 해운대신시가지와 화명신도시가 적용된다. 도촉법 대상은 사하구, 서구, 동구 등 다수의 원도심 재개발이다. 재초환법은 이미 초과이익 환수가 통보된 부산의 3개 단지 이외에 앞으로 재건축되는 다수 단지에 적용된다.
정치권의 재건축·재개발 법안의 무더기 처리는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재건축·재개발이라는 ‘개발 호재’는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드는 핵심 현안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 처리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도 돌연 입장을 바꿔 법안을 통과시켰다. 1기 신도시에만 특혜를 준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후 원도심 재개발을 촉진하는 도촉법도 ‘끼워 넣기’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총선 표심을 겨냥한 이들 재개발·재건축 법안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혹은 동일 사업지역 내에서의 ‘지역 격차’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과 부산의 ‘사업성’ 격차가 큰 데다 동일 사업지역에서도 ‘500% 용적률’ 등 특혜가 일부 역세권 단지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적용되면 1기 신도시에서 2종 주거지역은 3종 주거지역으로, 3종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높아진다. 15층 아파트를 30층 이상으로 높이는 사업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500% 용적률 상향은 역세권 위주로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모든 재건축에 적용할 경우 도시 기반시설이 이를 감당할 수 없고, 부가적으로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1기 신도시 내부에서도 ‘입지’에 따라 용적률 격차가 발생해 주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51곳, 주택 약 103만 가구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이 법은 노후계획도시법이 아니고 1기 신도시 재개발법이자 양두구육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1기 신도시 지역 중에서도 분당이라고 인정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최임락 국토도시실장은 51개 대상 지역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곳이 어디냐’는 국토위 위원들의 질의에 “분당 쪽”이라고 말했다.
이주대책과 기반시설 등 핵심 문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대규모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주대책을 지자체장이 수립하도록 했다. 신도시 중 일부만 순차적으로 재건축해도 1만 가구 이상의 이주 단지 건축이 필요한데 이는 모두 지자체의 부담이다.
기반시설 문제로 파고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이미 용적률이 200% 안팎인데 이를 500%로 높일 경우 도로와 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별법은 ‘기반시설 등의 확충이 필요한 경우 사업 시행자의 부담으로 이를 설치한다’고 규정했지만 개발사업 시행자가 지하철이나 도로 등 교통망을 자부담으로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법령에 따라 신도시가 재개발된다 해도 김포신도시 교통대란 같은 여러 문제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