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 빼돌리고 선박유·등유 섞어 경유로 판매…먹튀주유소 대거 적발
국세청 35개 유류업체 조사, 가짜석유 등 적발
노숙자와 생활빈곤자 바지 사장 내세워 영업
“유류유통 고질적 문제 드러나 개선책 마련할 것”
# 교도소에서 알게된 이 모씨와 박 모씨는 출소 후 바지사장 명의로 석유판매대리점과 19개의 먹튀주유소를 설립했다.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자동차용 경유와 무자료 선박유, 값싼 등유를 섞어 44억원 상당의 가짜석유를 만들어 19개 먹튀주유소를 통해 차량용 경유로 속여 판매를 했다. 세무조사 착수 당시 이들 주유소는 이미 폐업한 상태였으나, 실행위자 이모씨를 추적해서 세금을 부과했다.
# 먹튀주유소A는 5년 전부터 먹튀주유소로 이용되고 있던 장소에서 노숙자 명의로 사업 중이었으나 국세청이 조사 착수를 하자마자 무단 폐업을 했다. 이어 곧 바로 동일 장소에 기초생활수급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먹튀주유소B를 재개업했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확보한 수첩에서 관리소장의 연락처와 소재를 파악해 끈질기게 설득하고, 장부를 통해 수익금 귀속자를 추적한 결과, 실행위자 김모씨를 적발했다. 국세청은 김씨에게 매출누락 68억원, 무자료 매입 54억원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고액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로 고발했다.
# 정유사로부터 면세유 11만 4000㎘를 급유하도록 지시를 받은 급유대행업체A는 브로커C로부터 뒷돈을 받을 목적으로 외항선박B와 공모해 1만 4000㎘를 빼돌렸다. 판매대리점D는 브로커로부터 빼돌린 면세유를 시세보다 30% 싼 가격에 무자료 매입(시가 100억원 상당)해 먹튀주유소 등에 판매했다. 이들은 통정에 의한 고액의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로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됐다.
이처럼 단기간에 무자료 유류와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팔아치운 뒤 폐업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먹튀 주유소’들이 대거 적발됐다.
국세청은 “지난 9월~12월초 먹튀주유소 등 35개 유류업체를 조사해 무자료 유류 304억원, 가짜석유 44억원을 적발하고, 탱크로리 6대 분량의 현장 유류를 압류해 먹튀주유소 조세채권을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먹튀주유소는 면세유나 등유 등을 무자료로 매입해 가짜석유를 제조·유통시켜 부당이득을 챙기는 곳이다. 세금 한 푼 안내고 단기간 영업하면서 무단 폐업하고 있어 세금 징수도 잘 안된다. 실제 최근 5년간 400건이 적발돼 786억원 부과됐으나 세금 징수는 3억원에 그쳤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9월 석유관리원과 석유관련 협회, 4대 정유사 등으로 구성된 ‘불법유류 대응TF’ 를 발족해 주요 탈루 유형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고 전담팀을 투입해 단속에 나섰다.
적발된 유형을 살펴보면 △선박유 등유를 섞어 가짜 기름을 만든 뒤 경유로 속여 팔거나 △브로커를 통해 면세유를 무자료 매입해 먹튀주유소에 유통시킨 행위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노숙자와 생활빈곤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우고 단기간 영업한 뒤 무단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국세청은 “불법유류의 온상이 되고 있는 면세유 유통의 흐름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13개 기관의 면세유 자료를 전산수집・분석하는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을 내년 3월부터 정식 개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