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없앴는데”...콘텐츠 부재 속 죽어가는 민락수변공원
각종 행사에도 발길 뜸해
상권 침체 장기화 전망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금주 구역 지정으로 관광객 등이 줄면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기초지자체가 상권을 활성화하고 대체 콘텐츠를 마련하기 위해 각종 행사 유치에 나서도 ‘약발’이 안 먹힌다. 민락수변공원 금주 구역 지정에 따른 구청 후속 대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수영구청은 민락수변공원이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지난 7월 1일부터 모두 6가지 문화 행사를 공원에서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술이 빠진 빈자리에 각종 문화 행사를 채워 넣어 주민과 방문객 발길을 끌어모으겠다는 취지에서다.
구청은 대표적으로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 콘서트’와 ‘민락수변공원 가을 트로트 콘서트’ 등을 준비했다. 이들 행사 외에도 구청 측은 6개 문화 행사를 열었고 사용 예산은 1억 2000만 원 규모다.
하지만 민락수변공원 주변은 과거처럼 활기찬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문화 행사가 있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에는 사람들이 민락수변공원에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락수변공원 침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올해 7~8월에 민락수변공원 방문객은 총 21만 3000명이다. 지난해 37만 8000명보다 43.6% 감소했다.
시민들 발길이 뜸해지자 민락수변공원 상권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민락수변공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금주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크고 작은 업체 14곳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민락수변공원은 문화 행사가 있을 때만 사람이 있을 뿐 대부분 시간에 썰렁하기만 하다”며 “여러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일대 분위기가 우중충하게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구청은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에도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 콘서트’ 등 각종 문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을 장기적인 콘텐츠 로드맵은 별도로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민락수변공원과 관련해서 장기적인 발전 방향이나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진 않다”며 “당장 할 수 있는 문화 행사 등으로 주민 관심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구청이 성급하게 금주 구역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음주를 대신할 다른 콘텐츠를 충분히 고민한 다음 금주 구역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금주 구역 추진 과정에서 민락수변공원 인근 상인들과 소통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정 시간대에만 술을 반입하게 하는 방안 등으로 주민 불편과 상권 보호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진 수영구의회 의원은 “금주 구역을 지정한 뒤 지금에서야 대체 콘텐츠를 고민하기는 늦었다”며 “그동안 상권 침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민락수변공원 상태를 보면 각종 문화 행사를 지속하더라도 상권을 활성화하기는 어렵다”며 “애꿎은 세금만 사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