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낮게 걸린 정당 현수막···민심 불쾌지수 ‘급상승’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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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4개월 앞두고 김해 곳곳에 난무
신호등·건널목·산책로 주민 안전 위협
시 “법적 근거 없어 관리·제재 어려움”
정당 “위탁업체 한 일, 시정 조치” 해명


경남 김해시 주촌면 아파트 단지 앞 건널목(왼쪽)과 관동동 율하천 산책길 초입에 낮게 걸린 정당 현수막.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 주촌면 아파트 단지 앞 건널목(왼쪽)과 관동동 율하천 산책길 초입에 낮게 걸린 정당 현수막. 이경민 기자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경남 김해지역 신호등과 건널목, 산책로 등에 정당 현수막이 성인 키 높이로 대거 내걸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주말 김해시 주촌면 아파트 단지 앞 건널목 1.7~1.8m 높이에 정당 현수막이 걸렸다. 한쪽 신호등은 현수막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같은 날 관동동 율하천 산책길 입구 1.5m 높이에 현직 의원의 정당 현수막이 걸렸다. 주민 A(42·관동동) 씨는 “주민 쉼터와 산책로 출입구 역할을 겸하는 곳에 열흘쯤 전부터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보행자 불편은 당연하고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문제”라며 “다치면 지자체나 정당 중 누가 책임지는 건지도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거리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내걸린 정당 현수막이 애물단지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지자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명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도 법적 근거가 부족해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인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인천시, 제주도 등이 정당 현수막 게시 규제 조례를 제정했지만, 김해시의 경우 관련 조례가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

실제 올 초부터 김해시에는 정당 현수막이 많아 도시 미관을 해친다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아이들에게 유해하다는 등의 민원이 이어졌다. 특히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김해시 관계자는 “행안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리한다. 민원이 접수되거나 철거가 불가피한 경우 정당에 연락해 조치를 유도한다”며 “안전상 조치가 필요한 곳은 2m 이상 높이에 달도록 권고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기준이 모호해 마음대로 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누군가 다친다면 현수막을 건 쪽 책임”이라고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 10일 김해 율하2지구 상가밀집지역 맞은편 30m 구간에 현수막 8개가 걸렸다. 지난 10일 김해 율하2지구 상가밀집지역 맞은편 30m 구간에 현수막 8개가 걸렸다.

특히 각 정당 지역위원장과 당협위원장이 아니면 현수막을 걸 수 없지만 현재 총선 예비 후보자들의 현수막도 무분별하게 게시되고 있다. 상가가 밀집한 율하2지구 맞은편 도로에는 30m 구간에 8개가 설치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김해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90조에 따라 선거일 120일 전부터는 지역위원회, 당원협의회 명의로만 현수막을 걸 수 있다”며 “12일부터는 개인 이름 또는 직책을 넣거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현수막은 못 건다. 나머지는 모두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해당 정당 관계자는 “위탁업체가 일을 하다 보니 일어난 일인 것 같다. 지금 당장 철거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선거법에 따라 동마다 게시 개수를 2~3개 수준으로 줄이게 된다.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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