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결산] 300만 관중 시대 ‘활짝’…‘신흥 명가’ 탄생과 ‘축구 왕조’의 몰락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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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리그 결산]
총 301만여 명 찾아 ‘최다 신기록’
FC서울, 43만 명 동원 흥행 이끌어
‘2연패’ 울산 현대, 1인자로 우뚝
수원 삼성 ‘최하위’ 2부 강등 충격

지난달 25일 2023 K리그1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 FC서울은 K리그 유료 관중 집계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4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2023 K리그1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 FC서울은 K리그 유료 관중 집계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4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 탄생 40주년인 2023 시즌은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유난히 흥미롭고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300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새로운 축구 명가의 탄생과 오랜 명문 구단의 몰락을 동시에 지켜봤다.

■ 역대 최다 ‘구름 관중’…‘인종차별’ 논란도

2023시즌 K리그는 어느 해보다 많은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K리그1(244만 7147명)과 K리그2(56만 4362명)를 통틀어 모두 301만 1509명이 축구장을 찾아, 유료 관중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작성했다. K리그1은 경기당 1만 733명이 발걸음을 해 처음으로 ‘평균 관중 1만 명’ 대를 찍었다. 특히 여성 팬의 증가세가 뚜렷했는데 올 시즌 K리그 관중의 여성 비율은 47%로, 2019년에 비해 15% 정도 늘었다.

구단 중에서는 FC서울이 19차례 홈 경기에서 리그 역사상 처음 40만 명 이상(43만 29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FC서울은 또 경기당 평균 2만 2633명의 관중을 동원해, 2008년 롯데 자이언츠가 세운 기록(2만 1901명)을 넘어서며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K리그1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울산 현대도 34만 5990명(평균 1만 8210명)이 경기장을 찾아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을 모았다.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논란도 일었다. 올 6월 울산 선수들이 SNS에서 인종차별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고, 해당 선수들에게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징계가 내려졌다. 10월 말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 경기에선 포항 측이 교체표 기재를 실수하는 바람에 6분 동안 기록상 선수 12명이 뛰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지난 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 현대 선수들이 2023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 현대 선수들이 2023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울산은 ‘첫 2연패’, 수원 삼성은 ‘첫 강등’

올 시즌 울산은 구단 사상 처음으로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며 신흥 축구 명가의 탄생을 알렸다. 울산은 3경기를 남기고 조기 우승을 확정하며, 17년 만에 왕좌에 올랐던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유독 준우승이 많았던 울산은 지난해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뗀 데 이어, 시즌 내내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였다. 연패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3경기 무승(2무 1패)도 두 차례에 그칠 정도로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팀의 2연패를 지휘한 홍명보 감독은 명장임을 입증하며 2년 연속 K리그1 감독상을 받았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재영입된 토종 스트라이커 주민규도 득점왕에 오르며 겹경사를 맞았다.

갓 승격한 시민구단 광주FC는 시즌 내내 ‘역대급 돌풍’을 일으키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정효 감독의 뛰어난 전술과 지도력으로 광주는 구단 사상 최초로 아시아 클럽 대항전(ACLE)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전통의 축구 명가 수원 삼성은 최악의 부진 속에 구단 사상 처음으로 K리그2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한 수원은 올 시즌 별다른 반전 없이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며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지난 4일 열린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울산 현대 김영권 선수, 감독상을 받은 울산 홍명보 감독, 영플레이어상의 광주FC 정호연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연합뉴스 지난 4일 열린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울산 현대 김영권 선수, 감독상을 받은 울산 홍명보 감독, 영플레이어상의 광주FC 정호연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연합뉴스

■ ‘2023년의 별들’ MVP 김영권, 득점왕 주민규

올 시즌 화제의 두 팀 울산과 광주에서는 K리그를 수놓은 수많은 별들이 탄생했다.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영예는 울산의 중앙수비수 김영권에게 돌아갔다. 2010년 J리그(도쿄FC)에서 데뷔한 김영권은 일본·중국 무대를 거쳐 지난해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입성했다. 이번 시즌 리그 32경기에 출전해 울산의 ‘짠물 수비’(42실점·공동 3위)를 진두지휘했다.

울산의 골잡이 주민규는 17골을 터뜨려 제주 시절인 2021년 이후 2년 만에 득점왕 탈환에 성공했다. 주민규는 티아고(대전)와 득점은 같지만, 출전 시간이 적어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로써 주민규는 K리그 통산 5번째(국내 선수로는 4번째)로 두 차례 이상 득점왕을 거머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활약을 발판으로 주민규는 최근 불법 촬영 혐의로 국가대표 선발에서 잠정 배제된 황의조(노리치시티)를 대신해 클린스만호에 승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늦깎이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순민은 올 시즌 광주 수비의 핵심으로, K리그1 베스트 11 미드필더에 뽑혔다. 같은 팀 미드필더 정호연도 영플레이어상을 받으며 K리그의 ‘미래’로 인정받았다. K리그2 MVP는 전남 드래곤즈 발디비아, 영플레이어상은 부천FC 안재준에게 돌아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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