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가스라이팅이 녹아 있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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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우리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이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범죄와 관련된 뉴스에서나 듣던 그 가스라이팅? 맞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거나 조작된 상황을 수용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미국의 사전 전문 출판기업 메리엄 웹스터가 2022년의 단어로 가스라이팅을 선정했을 정도다.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이 매우 높았다는 의미다.

가스라이팅은 연극 ‘가스등’ 내용의 영향을 받아 ‘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근래에는 ‘이익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되고 변질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가스라이팅은 뉴스의 기삿거리만도 아니고 주변의 안타까운 이야기만도 아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가스라이팅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오가고 있다. 하긴 쇼핑채널만 봐도 ‘이건 딱 널 위한 거다’ ‘니 옷이다’ ‘이 정도는 애쓴 당신을 위해 선물해도 좋다’ 등의 멘트에 노출되면서 쉽게 쇼핑을 해버리는 것까지 말할 수 없이 넓고 깊게 스며들어 있다. 그러니 직장, 가족, 연인 사이 외에도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노출되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가스라이팅이 일상에 녹아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이런 가스라이팅이 사랑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좋지 않은 게 훨씬 많다. 연인 또는 부부관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나나 되니까 너를 감당하고 사귀는 거야! (사는 거야!)

-이게 다 너를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잖아.

-날 사랑한다면서 이것도 못 해 줘?

-네가 자꾸 그러니까 질리는 거야.

-네가 자꾸 거절해서 그런 거야.

위에 표현된 예시는 상대의 잘못이 원인인 것으로 말하거나, 잘못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상대의 잘못으로 말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가스라이팅은 언어 폭력적 요소가 포함된다.

따라서 불편, 또는 불쾌한 감정이 드는 말을 듣게 된 초기의 대처가 중요하다. 불편하거나 불쾌한 지점에 대해서는 언짢음을 말해야 한다. 불편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역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훈련되는 기술이다. 인간 관계에서 특정 관계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관계를 가지려는 노력 또한 필요한 것이다.

비록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친절하고 예쁜 언어 습관과 긍정적 표현을 연결지어 활용한다면 어떨까? ‘당신이 이렇게 좋아하니까 내가 일찍 올 수밖에!’ ‘당신이 자꾸 칭찬해주고 용기를 주니까 나도 뭔가 더 잘하고 싶다’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도록 말이다. 이런 가스라이팅이라면 하루에 열 번도 세뇌당하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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