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위암 주원인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성공률 80~90%
속편한내과
건강검진과 위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헬리코박터균과 제균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점막과 점액에 기생하는 나선 모양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에 의한 감염 질환이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50% 정도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감염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위암 발생 위험이 2~10배 높다. 헬리코박터균은 감염되면 오랫동안 위 점막에 머무르면서 만성 표재성 위염을 일으킨다. 지속적인 염증이 진행되면 위 점막의 위축성 변화나 위가 손상되면서 점막 표면의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 세포로 대체되는 장상피화생과 같은 조직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숙주의 유전적인 인자나 환경적인 영향이 더해지면 위선암 또는 위말트 림프종 등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의 뚜렷한 위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 특히 고령 환자나 진행된 위염 환자의 경우 의사들마다 효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제균치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발표된 미국의 코호트 연구에서도 헬리코박터 양성군에서 제균치료를 받은 사람은 위암 발병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인구 대비 위험도도 감소한다고 보고됐다.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소화성 궤양 △저등급 말트 림프종 △조기 위암 절제술 후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술 후 등으로 요약된다. 속편한내과 정재원 원장은 “이전에는 치료가 힘들었던 위암의 가족력, 심한 위축성 위염, 그 외 헬리코박터균이 확인되고 환자가 동의한 경우에도 본인 선택에 따라 자비로 제균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진료지침이 개정됐다”면서 “다만 치료 후 장상피화생이나 위축성 점막이 호전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젊을 때 조기에 제균치료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균의 제균치료는 위산분비억제제와 두 종류의 항생제(아목시실린, 클래리스로마이신)를 7일간 복용하는 3제 요법이 표준 치료였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면서 제균율이 70% 미만으로 떨어졌다. 개정된 지침에서는 표준 3제 요법을 14일간 또는 과거 표준 3제 요법에 복용법이나 항생제 변화를 줘서 순차치료나 동시치료를 10일간 하도록 변화됐다. 국내에서 치료 실패의 주원인이 되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검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제균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제균치료 후에는 확인검사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위궤양처럼 2차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내시경으로 의심 병변을 관찰하면서 조직검사 등으로 치료 결과를 확인한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숨을 불어서 하는 요소호기 검사로 더 쉽고 정확하게 제균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정재원 원장은 “다양하게 변화된 치료 방법 덕분에 헬리코박터균 제균 성공률은 80~90%까지 높아졌다”면서 “제균 후 재감염률은 3% 내외로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치료를 잘 받은 뒤 국이나 찌개를 서로 공유하는 식습관을 피하고, 저염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서 규칙적으로 위내시경을 받는다면 위암을 성공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