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주민 권리 보호에 노력하겠습니다”
정지숙 ‘이주민과 함께’ 상임이사
임금 체불·부당 해고·산업 재해 등 상담
민주화운동사업회 ‘한국 민주주의상’ 수상
30주년 맞춰 이주민 중심 새 비전 준비
“한국 문화와 제도를 모르는 이주민은 약자가 됩니다. 임금 체불도 문제였지만, 아플 때는 더 심각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한 건물 4층. 시민단체 ‘이주민과 함께’ 진료실 앞에서 정지숙(55) 상임이사가 담담히 말했다. 2012년 자원봉사자로 ‘이주민과 함께’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14년부터 상근 활동가로 활동해 왔다. 정 이사는 “이곳 사람들이 좋아서 정착했다”고 웃으며 “이주민 권리를 보장하면서 불편한 점을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어린 여공들 자리가 이주 노동자로 대체됐습니다. 부산과 경남에서 그들의 인권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정 이사는 1996년 출범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이 ‘이주민과 함께’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임금 체불, 부당 해고, 산업 재해 등을 상담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역사가 지금껏 이어진 셈이다. 단체 명칭은 다문화 가정 지원, 장학 사업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2009년 지금처럼 변경했다.
“항만 이주 노동자 문제 등을 처음 공론화하며 제도와 정책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센터를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주민과 함께’가 설립 때부터 운영한 무료 진료소와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수탁 운영 등을 그동안의 성과로 언급했다. 다문화 가족지원법이 생기기 전부터 이주 여성 상담센터를 운영했고, 이 가운데 언어에 능숙해진 이주 여성들이 ‘이주민 통번역센터 링크’도 만들었다고 했다. 정 이사는 “다른 지역에서 의료 상담이 어려워지면 부산으로 보내곤 했다”며 “이주민 장애인 등록 제도 개정에 도움을 준 적도 있다”고 했다.
“이주민 인권 운동 등을 꾸준히 펼치면서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미쳤다고 자신합니다. 회원도 아닌 분이 후보로 추천하신 듯한데 지역에서 오래 노력한 점에 주목한 듯합니다.”
정 이사는 ‘이주민과 함께’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23 한국 민주주의 대상에서 ‘한국 민주주의상’을 받은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사업회 측은 “27년 넘도록 부산과 경남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전국 최초로 부산시 이주노동자 인권조례 제정에 기여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지역에서 한국민주주의대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600분 이상이 꾸준히 지원해 준 덕에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직원이 12명에서 6명으로 줄었지만, 줄어든 후원비로도 운영은 가능합니다. 어느새 활동가 절반은 이주민이 됐습니다. 이주민과 2세 등이 스스로 권익을 지키는 당사자 운동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정 이사는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이 봉사에 나서고, 다양한 일을 하는 이주민도 단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원활동가와 직원 중 이주민은 없었지만, 지금은 함께 회의하며 다양한 문화를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와 도전의 시기입니다. 많은 부분이 제도화됐습니다. 30주년에 맞춰 새 비전을 만들려 하는데 이주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이사는 미래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으며 시대에 맞게 역할과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사각지대에는 빛을 비추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이주민에게 반말을 하거나 그들을 아이처럼 취급하기도 한다”며 “서툰 인식을 개선하고 이주민 권리를 지키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강선배 기자 ksun@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