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일색 홍콩 구의원 선거 투표율 27% 역대 최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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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선거 통틀어 가장 낮아
민주 진영 출마 원천 봉쇄에
유권자 무관심 자초 지적
민건련 41석 확보 최대 승자

홍콩 제7회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역대 모든 선거 중 가장 낮은 27.54%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홍콩에서 진행된 제7회 구의원 선거의 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홍콩 제7회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역대 모든 선거 중 가장 낮은 27.54%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홍콩에서 진행된 제7회 구의원 선거의 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중국이 민주 진영의 출마를 원천 봉쇄하도록 선거제를 개편한 후 치러진 홍콩의 첫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27%대를 기록했다. 역대 홍콩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친중 후보 일색으로 다양성이 실종되면서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제7회 구의원 선거에서 홍콩(총인구 750만 명) 등록 유권자 433만 106명 중 119만 3193명이 투표, 최종 투표율은 27.5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이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투표 캠페인을 펼치고 갑작스러운 전산 고장을 이유로 투표 시간을 90분이나 연장했으나 투표율은 30%를 넘기지 못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99년 선거로 35.82%였다. 이는 최근까지 홍콩에서 진행된 전체 선거 가운데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21년 12월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30.2%)보다도 낮은 수치다.

반면 직전 제6회 구의원 선거는 2019년 11월 거센 반정부 시위 물결 속 진행돼 71.23%의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투표 시간 연장에도 이번 구의원 선거는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왔다”며 “이는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를 통틀어 최저 투표율이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개정 후 입법회 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구의원 선거까지 민주 진영이 참여하지 않은 채 치러진 두 개의 선거가 모두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선거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는 SCMP에 “홍콩 정부의 이례적인 투표 캠페인이 일부를 독려한 반면, 일부는 외면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정부는 대대적 캠페인 없이는 투표율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나올 것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막판에 갑자기 투표 시간이 연장되고 투표 마감 7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투표율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홍콩 선관위는 투표 시간 연장이 투표율을 높이려는 조치라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공정성과 투표를 원하는 사람 모두가 투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선관위 위원장인 데이비드 롯 판사는 선거제가 바뀌었기 때문에 2019년 구의원 선거와 이번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을 직접 비교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HKFP는 전했다.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라우시우카이 고문은 SCMP에 “입법회 선거가 구의원 선거보다 중요하다”면서 “중앙 정부는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약 30% 나온 것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며 애국 세력이 계속 확장될 것이기에 다음 선거의 투표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구의원 선거의 최대 승자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으로 41석을 차지했다. 이어 공련회(FTU)가 18석, 신민당(NPP)이 5석, 홍콩경제민생연맹(BPA)이 4석, 자유당 3석을 가져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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