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의 '문과 침공' 올해 정시에서도 강세 이어지나
종로학원 수험생 2025명 설문조사
응답자 50.5% "문과 교차 지원할 것"
이과생 응시 '미적분·기하’ 표준점수서 유리
"문과 침공 현상, 2027수능까지 이어질 듯"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도 이과 학생들이 문과 계열에 대거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된 이후 반복되고 있는 문과 침공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 업체 종로학원은 최근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른 수험생 2025명을 대상으로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할 의사를 조사했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0.5%는 ‘문과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46.6%보다 4%P 오른 것이다. 등급별로는 4등급대 이과생이 70.6%로 가장 높았고, 1등급대가 41.5%로 가장 낮았다.
이과생들이 문과 계열 학과로 대거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현행 문·이과 통합 수능 체제의 영향이 크다. 수학 영역에서 이과생 대다수가 응시하는 선택 과목인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가 문과생들이 주로 고르는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학 영역에서 원점수 100점을 똑같이 받았더라도 표준점수에서는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 학생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문과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이과생들의 강세는 수능 성적에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수능 응시생 319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1등급의 96.5%를 차지했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응시자 중 1등급을 받은 학생은 3.5%에 불과했다. 전체 수험생 중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55%,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대비되는 결과다.
실제 입시 결과에서도 이과 학생들의 강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정시모집 최초 합격자 중 이과생의 비율은 51.6%였다.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경제학부나 경영학부는 합격자 3명 중 2명 이상이 이과생이었다. 하지만 문과 계열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을 그만두고 자퇴하거나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부작용은 이어지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문과 침공 현상은 올해도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산시교육청 학력개발원 진로진학센터 강동완 연구사는 “일부 서울 지역 대학에서는 이과생들의 문과 계열 진학 비율이 60~7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사는 “문과 계열로 입학한 이과 학생들이 잘 적응하지 못해 다시 수능을 치거나 자퇴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현행 수능 체제가 이어지는 2027학년도 수능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