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시립화장장 접고 통영화장장 공동사용 추진…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거제시-통영시 이달 중 협약 체결
99억 원 출연·연 4억 원 부담 조건
30년간 통영시민과 동일한 혜택
동상이몽 시의회 설득, 동의 관건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통영시 추모공원. 부산일보DB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통영시 추모공원.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민의 화장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새해부터 통영시민과 동일한 조건에서 통영공설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 집행부 간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관련 조례 제정 절차만 남았다. 하지만 통영시의회를 중심으로 출연금 규모와 이용 기간을 놓고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돼 일부 진통도 예상된다.

12일 거제시와 통영시에 따르면 양측은 이달 중 통영시추모공원 화장장 공동사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거제시가 출연금을 내고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30년간 통영시민과 같은 할인‧예약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출연금은 99억 2600만 원이다. 화장장 총 건립비용 중 통영시 부담금 50%에 진입로 개설 비용 25%를 합친 금액이다. 운영비는 연간 적자액을 기준으로 이용자 비율에 따라 분담한다. 작년 기준 한 해 4억 원 상당이다. 양측은 내년 2월까지 관련 조례 정비를 마무리하고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거제시 자료를 보면 올해 관내 화장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일반 사망자와 묘지 정리에 따른 개장유골을 합쳐 총 1167구 중 972구가 화장을 택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화장률이 9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작 화장시설이 없다. 경남 18개 시·군 중 화장장이 있는 지자체는 창원(2곳), 김해, 진주, 통영, 사천, 밀양, 고성, 남해, 함안 등 9곳뿐이다. 거제시민은 원정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마저도 제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화장장 예약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예약시스템(e하늘 장사정보)을 통해야 한다. 그런데 시설이 있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탓에 일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비용도 부담이다.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통영화장장은 지난해 새 단장하면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관외 거주자는 45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통영시민은 10만 원이다.

2014년 통영시가 ‘화장장 현대화 사업’을 준비할 당시 거제시가 사업비 일부를 분담하고 거제시민도 할인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거제시는 화장료 인상에 맞춰 지원 조례를 개정, 사망자 1인당 보조금을 최대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통영화장장 이용 시 거제시민은 최소 85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장외버스 관외 운행 비용(55만 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통영시추모공원. 통영시 제공 통영시추모공원. 통영시 제공

거제시는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시립화장장을 추진했다. 작년 9월 타당성 용역을 거쳐 보건복지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및 종합계획’에 맞춰 국비 등 250억 원 상당을 들여 화장로 3기를 갖춘 규모로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토대로 2024년 입지 선정을 완료하고 2025년 착공해 2029년 준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건립 대상지 인근 주민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에 예산도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립화장장은 국도비를 지원받아도 160억 원 상당을 거제시가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회의원‧시장 업무간담회를 통해 통영화장장 공동사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제시는 혐오시설 건립에 따른 민원과 예산 부담을 덜고, 통영시는 적정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시의회다. 예산 편성과 집행을 위해선 조례 제‧개정이 필수다. 그런데 당장 통영시의회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은 “통영시민도 화장이 몰릴 땐 예약을 못해 4일장을 치르기도 한다”면서 “공동사용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규모와 기간에 대해선 공론화를 통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거제에선 출연금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필요시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로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시의회가)전향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직접 만나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