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팥팥’ PD·작가 “방송 후 식물 키우는 재미 빠져”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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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방·김우빈·도경수·이광수
초보 농사꾼 변신 리얼 힐링 예능
하무성 PD·노광수 작가 의기투합

tvN 예능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를 만든 노광수 작가와 하무성 PD(오른쪽). tvN 제공 tvN 예능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를 만든 노광수 작가와 하무성 PD(오른쪽). tvN 제공

연예계 네 절친이 초보 농사꾼이 됐다. 배우 김기방, 김우빈, 도경수, 이광수가 한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강원도 인제에서 모종을 심고, 작물을 키워 직접 수확해 김장까지 해냈다. 이름하여 tvN 예능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다.

초보 농부들의 유쾌한 농사 도전기는 하무성 PD와 노광수 작가 등 제작진의 담백한 연출 덕분에 더 빛날 수 있었다. 출연진들의 개성을 잘 보여주면서 네 친구의 우정, 농작물의 성장까지 자연스럽게 담아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는 두 사람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만났다.

이 방송에는 과한 연출이나 극적 장치, 갈등 요소가 없다. 형형색색의 자막 대신 효과 없는 기본 글씨체만 흐르는데 자꾸만 눈길이 간다. 화면 너머로 펼쳐진 푸릇푸릇한 모종과 막 움튼 새싹들, 네 친구의 따뜻한 우정, 시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어우러져 어떤 조미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하 PD는 “출연진 네 명은 아무것도 안 하고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조합”이라며 “편집도 최소한으로 해서 슴슴하면서 담백한 날것의 모습을 잘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노 작가는 “큐시트 정도만 있고 대본은 없었다”며 “최소한의 스태프로 진행해서 저도 현장에선 카메라를 들었다”고 말했다.

‘출장 십오야’ ‘대탈출’ 등 여러 프로그램을 연출한 하 PD도 출연진과 똑같이 농사엔 ‘초보 중의 초보’였다. 하 PD는 “아버지가 주말농장을 하시는 것 말고는 농사와 접점도 없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농사 공부를 했는데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고 했다. 그는 “촬영을 할 때 출연진이 물어본 걸 정말 몰라서 말해주지 못한 것도 많다”면서 “이번 방송을 한 뒤에 식물 키우는 재미를 알 것 같아서 편집실에서 산세베리아, 스투키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노 작가도 “예전에 ‘삼시세끼’를 하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한 적은 있다”며 “딸기를 따로 키워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지켜본 건 처음”이라고 웃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스틸 컷. tvN 제공 tvN 예능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스틸 컷. tvN 제공

화면 가득 펼쳐지는 작물의 성장과 계절의 변화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작은 모종이 쑥쑥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깻잎과 가지, 상추, 콩, 배추, 파, 수박, 파프리카의 성장을 지켜보며 순간의 소중함과 일상 속 작은 행복도 새삼 깨닫게 된다. 노 작가는 “깻잎을 실제로 따오기도 했고 도경수 씨가 직접 짠 들기름을 선물해줬다”며 “깻잎전과 두부구이가 이렇게까지 맛있는 음식인지 몰랐는데, 같이 여름을 나보니 밭에 있던 작물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서사가 들어가고 가치가 들어가니까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하 PD는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2~3달 촬영분을 이어붙여 작물의 성장 과정을 쭉 보는데 정말 실감 나더라”며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눈으로 보고 경험을 하니 훨씬 더 신기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여름 땡볕을 견디며 네 친구와 함께한 시간은 좋은 추억이 됐다. 여느 친구들처럼 의견이 갈릴 때는 있지만,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하 PD는 “어떻게 보면 이미 알고 있는 기쁨이 알아갈 기쁨보다 많아진 사람들일 수 있는데 여전히 동심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게 신기했다”며 “작은 것도 함께 공유하고 같이 하려고 하는 네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노 작가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배려하는 사이”라며 “오랜 시간이 쌓은 관계성이 말 한마디에서도 묻어 나오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출연진 이름을 한 명 한 명의 부르며 이렇게 덧붙였다. “김기방 씨는 포용력이 있는 큰 형이고요, 김우빈 씨는 다정다감하고 관찰력이 정말 좋더라고요. 이광수 씨의 진중한 모습도 알게 됐고요. 도경수 씨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똑똑한 친구예요. 형들이 왜 그렇게 예뻐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작은 바람도 생겼단다. 하 PD는 “‘콩콩팥팥’이 개인적인 성향과도 잘 맞더라”며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없이 촬영한 건 처음인데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앞으로도 과한 연출 대신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 밀양에서 자랐다는 노 작가는 “길을 오가며 산딸기와 오디를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이렇게 출연진과 호흡하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또 하고 싶다”고 웃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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