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후 7개월간 충전기 사용 막고 있는 아파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 4월 지하 주차장 화재 계기
전기차 보유 입주민 고충 토로
부산 한 아파트가 전기차 충전기 사용을 7개월 넘게 금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4월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난 이후 관리사무소가 모든 충전기에 전기 공급을 끊었다. 전기차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사용을 막았지만,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인 충전기를 못 쓰게 하는 건 과도한 제한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A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라고 표시된 기둥 인근에 전기 충전 장비가 있지만, 전기 공급은 차단된 상태다. 한 입주민은 주차면 바닥에 ‘전기차 충전 구역’ 표시가 초록색 테이프로 바른 종이에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올해 5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기 8개 사용을 금지했다. 전날인 4월 30일 밤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완전히 타버리고, 주변에 있던 차량 5대까지 손상된 사고가 계기였다. 7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전기차 충전기 운영이 재개되지 않았다.
전기차를 보유한 입주민 등은 오랜 기간 충전기 사용을 막은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민 불안을 이해하더라도 전기차 충전기 지상 이전 등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마냥 금지만 한다고 비판한다.
입주민 B 씨는 “충전기 문제가 아니라 화재 차량의 배터리가 불량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도 충전을 못하게 한다”며 “급한 일이 있으면 주변 마트로 가서 충전을 하고 오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마트에서 kw당 150원을 주고 충전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밖으로 돌면서 충전하니 답답하다’ ‘사무실 주차장에서 눈치 보며 충전한다’ 등의 고충을 관리사무소 측에 알렸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다시 불이 날 수 있다는 우려에 충전기 사용을 보류했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듯 다른 곳에서도 전기차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며 “충전기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번처럼 다시 불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상으로 옮기려면 충전기가 일부 공간에 몰리게 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민원이 많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사용 여부에 대한 입주민 의견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2일 입주민을 상대로 전기차 충전기 사용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현 위치에서 사용하자 △위험하니 사용하지 말자(2025년 1월 28일까지) △외부로 이전할 때까지 사용하지 말자 등 3개 선택지를 제시해 하나를 고르게 한다.
600여 세대인 A아파트는 2025년 1월 28일부터 전기차 충전기를 13개 이상 운영하는 게 법적인 의무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 대수 중 5% 이상, 기존 아파트는 2025년 1월까지 2% 이상을 충전 시설로 설치해야만 한다.
이번 논란에 대해 관할 구청은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어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진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불이 또 날까 봐 염려하고, 입주민들은 불편하다는 민원을 넣고 있다”며 “구청은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도 사용 여부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