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부추긴 ‘지름신’… 수백만 원 청혼 이벤트 ‘불티’
특급호텔 청혼 문화 SNS 확산
500만 원대 호텔 스페셜 패키지
출시 이후 300건 이상 판매돼
청혼 선물, 반지 대신 명품으로
외신도 한국 트렌드 비판적 조명
전문가 “과시 소비 경계” 지적
과거 고급 레스토랑에서 반지를 내밀던 청혼 방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특급 호텔 등에서 명품을 선물하는 프러포즈 문화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경우 프러포즈에만 수백만 원의 돈이 들어가는 셈인데, 과시 소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특급 호텔에서 하는 프러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러포즈 명소가 레스토랑 등에서 더욱 프라이빗한 장소인 호텔로 옮겨온 것이다. 특히 생화로 장식한 객실에 명품 선물을 올려둔 프러포즈 사진 등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상품을 찾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오션뷰를 배경으로 한 부산의 호텔들도 프러포즈 명소로 떠오른다. 시그니엘 부산의 경우 2021년 프러포즈 패키지 ‘이터널 프로미스(Eternal Promise·영원한 약속)’를 선보이기도 했다. 패키지는 오션뷰 객실에 생화 장식의 프러포즈 데코레이션과 와인·초콜릿 등의 웰컴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금액대는 구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더블 오션 뷰 최저금액은 11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스위트 오션뷰 객실의 경우 최저 금액이 170만 원 대다. 스페셜 패키지의는 최저 금액이 500만 원에 달한다. 시그니엘 부산 관계자는 “출시 이후 300건 이상의 패키지가 판매됐다. 특별한 날이다 보니 금액대가 있더라도 스위트 오션뷰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호텔 패키지가 아니더라도 일반 객실을 예약한 뒤, 사설업체를 통해 호텔 객실을 꾸미기도 한다. 부산의 한 프러포즈 업체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부산에서도 호텔 프러포즈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 업체의 경우 이달 예약이 거의 마감된 상황이다. 업체 관계자는 “업체를 이용하면 호텔 패키지보다 조금 더 합리적인 금액에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최근 문의가 잇따른다. 금액대는 30만 원부터 시작인데 보통 50만 원 대를 많이들 선택한다. 파크하얏트, 파라다이스, 시그니엘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프러포즈 선물의 상징이던 반지 선물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 결혼반지를 맞추다 보니, 반지 대신 다른 선물로 대체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예물을 대신한 명품 백, 명품 주얼리를 프러포즈 때 선물하는 추세다. 프러포즈를 받은 쪽에서 이에 보답하는 ‘답 프러포즈’도 유행이다. 답 프러포즈 선물로는 명품 시계 등이 선호된다. 최근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 모(33) 씨는 “호텔을 장식해 프러포즈했고, 예비신부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명품 목걸이를 선물했다. 답 프러포즈로는 시계 선물을 받았다”면서 “집안끼리 오가던 예물·예단을 생략한 대신 결혼을 약속한 사이에서 선물을 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러포즈에만 수백만 원을 쓰는 과소비 행태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신에서도 한국의 결혼과 프러포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분석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결혼식 전 넘어야 할 고가의 벽-4500달러 짜리 프러포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고가 프러포즈 트렌드에 대해 조명했다. 외신들은 고가의 프러포즈가 확산됨에도 한국의 혼인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프러포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인제대 소비자가족학과 제미경 교수는 “프러포즈는 혼인을 청하는 것인데 요즘은 결혼 날짜까지 받은 뒤 하는 허례허식의 이벤트가 되었다”면서 “SNS가 이를 부추기는 경향이 큰데, 얼마짜리 프러포즈인지에 집중하기 보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 볼 때”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