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아들·딸들 힘들지? 엄마도 고3병 앓고 있단다”
고3 어머니 신체·정신 변화 연구
이명·두통·탈모 등 고통 시달려
정서 불안 최종 결과 때 최고조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도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입학을 위해 몸과 마음을 쏟는다. 자녀 입시 과정에서 어머니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교육 연구가가 고3 자녀의 입시 과정 동안 어머니가 겪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고3 어머니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구대 남경미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근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고3 수험생 어머니의 자녀 대학 입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자는 2023학년도 대학 입시를 치른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 10명을 7주 동안 심층 면접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연구했다.
연구원들은 어머니들의 변화 양상을 △자녀가 고3이 된 이후 △대입 원서 접수 이후 △수능 시험 전후 △대입 결과 발표 등 시기별로 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머니들의 정서적 불안 강도는 자녀가 고3이 된 이후 서서히 높아지며, 최종 합격 결과가 나올 때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최초 불합격 소식 이후 추가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1주일은 지옥이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어머니는 “합격·불합격 결과가 하나씩 발표날 때마다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어 매일 울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들의 신체적 변화도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이명 현상 △두통 △눈 건조증 △당뇨 △소화불량 △탈모 △생리 불순 △우울증 등 증세가 나타나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어머니들의 고통은 입시 이후에도 이어졌다. 어머니들의 감정은 입시 이후에는 ‘불안함’에서 ‘그래도 다행이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체념, 자녀에 대한 실망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어머니는 “최종 결과 발표 때까지 지옥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미리 대학 입시 정보나 공부 방법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이 든다”고 밝혔다. 다른 참여자는 “아이에게 길잡이 역할을 잘해주고 싶었는데, 이것이 잘 안되면서 애가 웃으면 나도 웃고, 애가 울면 나도 울었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의 정서는 자녀가 고3이 되는 순간부터 최종 대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녀와 동일화된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이를 ‘고3병’으로 정의했다. 남 연구원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막막함과 함께 ‘자녀의 성취가 곧 나의 성공’이라는 인식에 대한 불안감·긴장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 연구원은 “수험생 어머니의 정신적 신체적 변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