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까지 가담 국가보조금 ‘내 돈처럼’(종합)
부산경찰청, 부정수급 일당 검거
유령직원 등재 인건비 등 빼돌려
구청직원 아내·자녀도 허위 고용
유령 직원을 등재해 인건비를 지급한 뒤 되돌려 받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국가보조금을 빼돌려온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가보조금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이들에게 편의를 봐 주고 뇌물을 받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부산의 한 법인 회장 A씨와 대표 B 씨를 구속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모 구청 공무원 C 씨 등 7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20년 5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관리하는 정부과제사업에 허위 서류를 꾸며 신청, 사업을 따낸 뒤 유령 직원을 등재하는 수법으로 국비로 지원되는 인건비 41억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지인 가족이나 친구 등 120여 명의 명의를 빌려 실제 일하지 않으면서 사업에 고용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매월 200여만 원의 인건비를 송금하고 그 중 30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부정수급 신고나 제보를 하겠다고 하면, 직접 찾아가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주변인들에 금품을 줘 거짓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에는 공무원도 가담했다. 모 구청 공무원 C 씨는 국가보조금 신청에 필요한 지자체 확약서 작성 등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아내와 자녀 2명을 정직원이나 허위 직원으로 고용해 6800만 원의 급여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의 경우 향후 수사기관에서 자금 추적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수익금 중 21억 원 상당을 모두 현금 인출해 숨기기도 했다.
브로커 D 씨는 영업난을 겪던 헬스장 등 영세업체에 접근해 허위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서류 작성을 대행하며 수수료 1억 5000여만 원을 받아 챙기다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D 씨의 말에 넘어가 유령 직원을 등재시키고 13억 7000여만 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업체 대표 등 36명도 무더기로 입건됐다.
국중용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장은 “A·B 씨 등에겐 20억 원 상당의 기소 전 추징보전을 받거나 진행 중이며 영세업체 33곳에는 부정수급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 71억여 원의 국고 환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정부에는 수행업체 선정 시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제도 개선 의견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