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적도 없는 곳서 날아온 신호위반 딱지…내차와 같은 번호판 달고 다닌 그놈
경찰, 무적차량 추적해 위조번호판 유통 일당 검거
재질·형태 진짜와 매우 비슷 “육안으로 구별 불가”
마약 간이검사서 합성마약 ‘야바’ 투약 사실도 확인
울산, 양산, 대구 등지서 26명 외국인 검거·4명 구속
울산에서 가짜 번호판을 단 ‘무적차량’을 몰고 다니며 합성마약 ‘야바(YABA)’를 판매·투약한 외국인 마약사범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사건의 단초가 된 건 한 장의 신호위반 딱지였다.
올해 8월 충남에 사는 A 씨는 자신의 차가 울산에서 신호위반 무인단속카메라에 걸렸다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단속 날짜에 울산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이의신청을 했다. 울산 경찰이 단속 영상을 확인하자 A 씨 말대로 번호판은 같은데 차종이 달랐다. 심지어 운전자는 A 씨가 아니라 동남아시아계 외국인으로 보였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경찰이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단속 장소를 중심으로 CCTV 분석 등을 거쳐 가짜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을 추적, 잠복 끝에 경남 양산의 한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불법 체류 중인 태국인 운전자를 붙잡았다.
경찰은 가짜 번호판 유통경로를 수사해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 5명을 추가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위조 번호판을 SNS 등에서 1개당 45만~50만 원에 구입, 일명 ‘대포차’로 불리는 무적차량에 부착해 타고 다닌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 불법체류 외국인이 정상적인 경로로 차량을 구매하기 어려워 대포차를 돌려가며 위조 번호판을 달거나 아예 위조 번호판을 단 무적차량을 사들여 타고 다닌 것으로 파악했다. 무적차량은 법인 부도나 개인 채무 등으로 명의 이전 없이 지역 내 도로를 불법 운행하는 차량을 일컫는다.
문제는 이 위조 번호판이 맨눈으로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13일 해당 수사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종이 등을 번호판에 붙이는 조잡한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압수한 위조 번호판들은 재질·형태 등이 진짜와 유사하고 육안으로는 진위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며 “뺑소니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이 이들 외국인을 상대로 통상적인 마약 간이검사를 하다가 생각지도 않은 진술이 튀어나왔다. 이곳 외국인노동자들이 합성마약 ‘야바’에 찌들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수년간 거미줄처럼 얽힌 ‘마약 인맥’을 차례차례 추적해 양산, 울산, 대구 등지에서 외국인 20명을 검거하고 이 중 판매책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태국산 마약인 야바를 알음알음 들여와 공단지역 외국인노동자를 중심으로 서로 사고팔며 나름의 ‘마약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고 한다.
야바는 태국어로 ‘미친약’으로 불리며 카페인 같은 여러 환각 성분을 섞은 합성 마약이다. 주로 동남아에서 만드는데, 중독성과 부작용이 심각하다.
울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금까지 공인 등의 위조·부정 사용죄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모두 26명을 검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외국인노동자들로 이들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불법체류 신분이다.
경찰은 “야바의 국내 밀반입 경로와 이를 공급한 상선을 추적하고 있다”며 “위조 번호판은 물론 대포차량 유통 경로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