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 섬, 영도’ 명맥 끊기나… 의회 문턱 걸린 문화도시재단 신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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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초 법정문화도시 사업 종료 맞춰 추진
구의회서 재단 설립 타당성 용역 예산 전액 삭감

영도구청 전경. 부산일보 DB 영도구청 전경. 부산일보 DB

문화도시로 지역균형 발전을 이뤄내는 법정문화도시 사업을 자체적으로 지속하겠다며 부산 영도구청이 야심 차게 추진한 영도문화도시재단 설립 계획이 의회 반발에 부딪혔다. 재단 설립과 운영에 드는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것인데, 인구감소지역 영도에 활기를 불어 넣은 ‘예술도시 섬, 영도’ 사업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14일 영도구의회, 영도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영도구의회 행정기획위원회는 내년도 본예산안 계수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영도문화도시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을 위한 예산 6000만 원이 전액 삭감됐다. 영도문화도시재단 설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도문화원 등 기존 문화 기관을 활용해 예산을 절약할 방법을 검토해 보라는 게 구의회의 요구다.

앞서 지난달 영도구청은 영도문화도시센터가 하던 역할을 대신할 영도문화도시재단 신설을 추진했다. 2019년 영도구가 선정된 제1차 법정문화도시 사업이 2025년 2월에 종료됨에 따라 그동안 문화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한 영도문화도시센터도 문을 닫기 때문이다. 법정문화도시 사업으로 ‘예술도시 섬, 영도’란 지역 이미지를 구축한 만큼 이를 대신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법정문화도시 사업에서 벗어난 영도문화도시재단이 설립되면 인구정책 등 영도구 실정에 더욱더 밀접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목적이 있었다. 빈집을 ‘워케이션’(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 공간으로 단장하는 등 도시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주목받았다.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인구감소지역인 영도를 살리기 위한 문화적 접근에는 공간 사업이 뒤따라야 한다”며 “예를 들어 순환 보직, 인원 부족 등으로 빈집 문제가 심각한데, 문화도시재단이 빈집 문제를 공간 활용 사업으로 전담할 수도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영도구의회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영도구에서 신규 재단을 출범하는 게 큰 부담이라고 판단했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비영리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재산이 10억 원 이상 갖춰져야 한다. 또한 인건비, 사업비 등을 포함해 매년 8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구의회가 영도문화원을 활용할 방안 등을 요구한 것이지만, 영도구청 측은 영도문화원은 설립 목적이 다른 기관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영도문화원 향토예술 발전하는 데 중점이 맞춰지는 데 비해 인구, 일자리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예산 삭감으로 법정문화도시 사업 종료에 맞춘 재단 설립 계획에 차질을 빚어 난감하다는 게 영도구청 설명이다. 영도구청은 구의회 요청에 따라 다른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내년 추경에 영도문화도시재단 설립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도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기존 법정문화도시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구의회에서도 모두 공감한 만큼 영도문화도시재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25년에 끝나는 법정문화도시 사업에 맞춰 차질 없이 영도문화도시재단 설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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