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MLB 한국인 포스팅 최고액…SF와 6년 1484억 원 합의
구단·이정후 측 공식 발표 전
현지 소식통 일제히 보도
MLB 본토 개막전 김하성과 맞대결
미 언론, 1번 타자·중견수 예상
프로야구 선수 이정후(25)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84억 원)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입단에 합의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 등 미국 현지 대표적인 소식통은 13일(한국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에 입단 합의했다. 계약서에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썼다.
미국 언론들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024년 1번 타자·중견수로 예상했다. MLB네트워크와 CBS스포츠는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 예상 선발 라인업을 정리하며 이정후의 이름을 타순 가장 위에 올려놨다. 수비 포지션은 중견수로 전망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이정후 측은 입단 합의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헤이먼, 로젠탈 기자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정후는 한국 선수의 빅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역사를 새로 쓴다. 또 MLB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를 향한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이 더 커질 것이다. 키움에서 함께 뛰던 선후배 이정후와 김하성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미국 본토 개막전’부터 맞붙는다.
앞서 류현진이 2013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연평균 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아울러 현재까지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타자 중에서는 이정후의 절친한 선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1년 샌디에이고와 한 4년 28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 계약이 최대 규모였다. 한국인 빅리거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시야를 넓혀도 이정후는 역대 총액 2위가 된다. 추신수는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2022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우수선수에 오르는 등 7시즌 동안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으로 활약했다. 2023시즌 종료 뒤 원소속구단 키움 히어로즈의 동의를 받아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이정후는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는 멋진 별명도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적극적인 구단은 샌프란시스코였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올해 10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이정후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퍼탤러 단장은 “이정후는 한 타석에서 6, 7차례의 스윙을 선보였다. 그의 스윙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MLB의 전통적인 명문 팀이다. 총 8차례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차지해 MLB 30개 팀 중 5번째로 우승컵을 많이 들어 올렸고, 내셔널리그(NL) 팀 중에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함께 최다 WS 진출 기록(20차례)을 갖고 있다. 2010년대엔 총 세 차례나 WS 우승컵을 거머쥘 만큼 강한 면모를 뽐냈다.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지구 3위와 4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 수급 문제로 전력 강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79승 83패 승률 0.488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이에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우선 과제를 선발투수와 중견수 영입으로 삼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가 리그 전체 28위에 그칠 정도로 저조해 공격과 수비가 확실한 주전급 중견수가 필요했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를 누비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라클 파크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야구장이다.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지휘봉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김하성을 중용했던 명장 밥 멜빈 감독이 쥐고 있다.
이정후는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에도 큰 선물을 남기게 됐다. KBO리그에서 7년 차 시즌을 보내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 진출 자격을 얻은 이정후를 영입하는 MLB 구단은 원소속팀 키움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산출한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대한 보상액은 1882만 5000달러(약 247억 원)로 예상된다. 키움 구단이 이정후 영입 보상금을 받는다면, 1년 치 선수단 예산(2022년 선수활동비 247억 4200만 원)이 생기는 셈이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