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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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츠보이전 26일까지
부산 정착한 일본 작가 전시

아키라 츠보이의 ‘무주물-급식’. 제이작업실 제공 아키라 츠보이의 ‘무주물-급식’. 제이작업실 제공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크고 작은 사건을 겪은 후 혹은 일상이 힘겨울 때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질문이다. 3년 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고 올해 부산에 정착한 일본인 아키라 츠보이 작가는 이 질문을 그림으로 풀어냈다. 제이작업실(부산시 동구 증산동로 17)에서 26일까지 한국 첫 개인전 ‘Back to’를 여는 작가는 돌아가고 싶은 몇 가지 순간을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가장 먼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 찬란했던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후쿠시마 주재 기자였던 부친을 따라 작가는 어린 시절을 후쿠시마에서 보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뛰놀던 후쿠시마의 삶은 행복했다. ‘원자력, 밝은 미래의 에너지’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걸려 있었다.

도쿄로 이사했지만, 작가에게 후쿠시마는 돌아가고 싶은 행복한 장소였다. 그곳이 원전 사고로 폐허가 됐다. 현장을 직접 본 후 충격과 분노가 지속됐다. 이후 일본 해산물을 먹지 못했고 심지어 수돗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부산에 정착하며 아내가 자갈치 시장에서 구입한 해산물을 자주 먹게 되었죠. 어릴 때 후쿠시마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생선 요리가 떠오르더군요. 원전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일본인 작가로서 민감한 소재지만 작가는 피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후쿠시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그림에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아키라 츠보이의 ‘All the possibilties cut down by adults’. 제이작업실 제공 아키라 츠보이의 ‘All the possibilties cut down by adults’. 제이작업실 제공

또 다른 벽에는 순수한 아이 상태로 돌아가는 싶은 마음을 담은 그림들이 있다. 40대 후반인 작가는 부산에 정착하며 마치 아이로 돌아간 듯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저의 한국어 수준은 3살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내가 향하는 카페나 시장, 친구 집 같은 곳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죠. 아이부터 어른까지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아내 옆에서 전 3살이 되어 버립니다. 마치 어린아이의 상태로 회귀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그림 곳곳에 발견하는 아이나 나무 이미지는 이 같은 작가의 감정을 표현한 자화상이다.


아키라 츠보이의 ‘원풍경’. 제이작업실 제공 아키라 츠보이의 ‘원풍경’. 제이작업실 제공

한국을 알기 위해 부부는 스쿠터 하나에 몸을 싣고 여러 곳을 여행했다. 아내는 일본인 남편에게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파괴된 우리 산천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을 자연을 떠올리며 그린 풍경화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판에 그림을 그린다. 나뭇결과 파인 자국을 그대로 살려서 작업한다. 나무의 시간을 존중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3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 작가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준비돼 있다.


전시장에 있는 아키라 츠보이 작가. 아키라 츠보이 제공 전시장에 있는 아키라 츠보이 작가. 아키라 츠보이 제공

전시장에 있는 아키라 츠보이 작가. 아키라 츠보이 제공 전시장에 있는 아키라 츠보이 작가. 아키라 츠보이 제공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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