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따뜻한 나눔은 계속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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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독자여론부 선임기자

연말 앞두고 많은 단체 나눔 물결
기초수급자 어르신 기부 감동적
시대 트렌드 반영 이색 나눔도 등장
이웃에 희망 주는 캠페인 성공 기원

12월은 사랑의 온기가 넘치는 나눔의 시간이다. 연말을 앞두고 부산지역 많은 단체의 나눔 행렬 소식을 접한다.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위해 난방비와 연탄을 지원하는 공기업, 이웃돕기 성금을 낸 치과, 아동양육시설을 위해 김장 김치를 전달한 단체, 어려운 이웃에게 식품과 생필품을 지원한 재단법인, 복지사각지대 아동가정에 신발을 지원한 회사…. 지역에서의 나눔 물결은 이처럼 2023년의 대미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해 따듯한 마음을 내어주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지난 12일 부산에 훈훈한 미담이 전해졌다. 사상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익명으로 기부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어르신은 지난 6일 흰 비닐봉지 7개를 들고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봉지 안에는 10원부터 500원까지 동전이 가득했다. 그가 모은 동전은 28만 7750원. 4년 동안 거스름돈이 생기면 차곡차곡 동전을 모았다는 것이다. 모든 나눔이 다 소중하고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이 어르신의 나눔은 더욱 깊은 울림을 줬다.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나눔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는 지난 9월부터 성숙한 반려동물문화 확산 추세에 맞춰 반려동물이 기부의 주체가 되는 ‘착한 펫’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반려동물 이름으로 월 2만 원 이상 정기 기부를 실천하는 방식이다. ‘착한 펫’은 개·고양이뿐만 아니라 햄스터, 도마뱀 등 종에 상관없이 어떤 동물이든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착한 펫’ 가입시 반려동물 명의로 회원증이 발급되며, 보호자 명의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사랑의열매도 지난 9월 착한 펫 1호 가입식을 열며 나눔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보였다. 특히 MZ세대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MZ세대들이 달리기를 한 뒤 km당 일정 금액을 곱해 기부금으로 내놓은 사례도 있었다. 또 한 기업의 쇼핑몰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나 장식물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게시물 한 건당 1000원으로 계산해 가족 돌봄 청소년 장학금으로 기부한 경우도 있었다. 나눔 방식이 다변화하고 있으며, 일상에서도 쉽게 나눔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발표된 기부 관련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불경기 탓인지 몰라도 올해 고액 기부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1인당 현금 기부액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11월 16일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직전 1년간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은 58만 9800원으로 2021년 60만 3000원과 비교해 1만 3200원(2.2%) 줄었다. 1인당 평균 현금 기부금이 줄어든 것은 2011년부터 2년 단위로 통계가 집계된 이후로 처음이다. 통계청은 “기부자와 현금 기부 규모는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고액 기부액이 줄고 소액 기부가 늘면서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인당 현금 기부액이 감소한 것은 아쉽지만, 기부자 증가는 나눔 문화 확산을 보여준다.

부산에서는 나눔을 확산하고, 이웃과 희망을 나누는 대장정이 이달 시작됐다. 부산사랑의열매는 지난 1일 부산진구 전포동 송상현광장에서 ‘희망2024나눔캠페인 출범식’을 열었다.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부산을 가치 있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캠페인은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108억 6000만 원을 모금하는 게 목표다. 올해도 ‘사랑의 온도탑’이 송상현광장에 세워졌다. 1억 860만 원이 모이면 온도가 1도씩 올라가고,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가 된다. ‘사랑의 온도탑’은 최근 3년간 100도를 초과했다. ‘희망2021’ 캠페인 당시 105억 9300만 원이던 모금액은 ‘희망2022’ 기간 112억 3400만 원, ‘희망2023’ 기간 113억 11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성금은 빈곤층과 기후 위기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사회 안전 지원, 위기가정 긴급 지원, 사회적 약자 돌봄, 교육과 자립 지원에 사용된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도 지난 8일 부산시청에서 ‘2024 변하지 않는 희망, 적십자 회비 모금 선포식’을 열었다. 부산지사의 회비 모금 목표는 56억여 원이다. 세대주, 개인사업자, 법인이 1년에 한 번 납부하는 방식으로 23억여 원, 매달 기부하는 정기후원 방식으로 33억여 원을 모금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산지사는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를 2024년 적십자 회비 집중 모금 기간으로 설정하고,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눔에 동참해 두 단체 모두 목표액을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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