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미니 해저도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섬들이 수몰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거기다 거대 빙하의 해빙 속도마저 빨라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할 것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지구는 더욱 뜨거워지고, 육지도 해수면 상승으로 갈수록 줄어들면 앞으로 인류는 어디서 살아가야 할지 걱정과 함께 한편으론 궁금증이 인다.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향후 1000년 이내에 인류는 새로운 생존을 위해 우주에서 제2의 지구를 물색해 떠나야 할 것이라고 생전에 밝히기도 했다. 정말 먼 미래에는 그런 날이 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떠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는 지하도시나 해저도시, 공중도시 정도를 거론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 지하도시나 해저도시가 그나마 현실적으로 여겨진다.
이미 지하도시는 초기 수준이긴 해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해저도시는 지하도시보다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최근엔 이에 대한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수심과 수압, 햇빛 투과 등 전제 조건에 맞춰 현재의 과학과 공학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앞바다에 국내 최초의 미니 해저도시 건설이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신리항 앞바다 900m 지점, 해저 30m에 건설하는 해저도시는 1만 1720㎥ 면적의 모듈 형태로, 현재 기본설계가 끝났다. 산소 발생기, 이산화탄소 제거기 등 장비실과 과학 실험용 공간인 메인 모듈, 수중 데이터센터로 활용될 데이터 모듈, 그리고 주방, 침실이 들어설 거주 모듈의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2026년 상반기에 이 해저도시가 완공되면 3명의 연구원이 입주해 27일간 거주하면서 해저도시 건설과 해저 공간 활용 기술 등 각종 연구를 진행한다.
앞으로 다양한 연구 결과물이 축적되면 일반인도 해저도시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듯싶다. 물론 영구적인 대규모 해저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에너지 확보와 막대한 건축 비용 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하겠지만, 해저도시 기술 확보 자체는 인류의 미래 생존 방안에 또 하나의 옵션을 추가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앞으로 해저도시가 고도의 상용화 수준에 이른다고 해도, 우리의 후손들은 지구의 육지 위에서 더욱 오래도록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