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계속 무기 지원”… 젤렌스키 “러에 맞서 단결”
우크라이나 대통령 세 번째 방미
미국 내 피로감 고조 분위기
미 상·하원도 지원 놓고 온도 차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을 세 번째 방문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워싱턴에서 재회한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절박한 필요성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와 미국인은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우크라이나에 중요 무기와 장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있으리라는 것은 틀림없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원칙적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전체의 동의와 우크라이나의 요건 충족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고 우리의 용기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 안에 우리가 침략자 러시아에 우리의 단결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를 호소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외부의 지원에 덜 의지하고 스스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성공 덕분에 다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의회 지도부와 회동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의회로부터 우크라이나 지원 승인에 대해 신호들을 받았다. 그것은 긍정적인 수준 이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말과 구체적인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구체적인 결과에 의지할 것”이라며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했다.
앞서 지난 10월 백악관은 이스라엘(143억 달러·한화 19조 원), 우크라이나(614억 달러, 81조 원) 군사지원과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의 대만 지원, 국경관리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은 1050억 달러(138조 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하원 공화당 내부의 이견 속에 이 안건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수뇌부와도 만나 지원 승인을 호소했지만 상·하원의 온도 차를 감지해야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원 1인자인 척 슈머와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회동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취재진에 보여주며 연대 의지를 보였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리에 회동했다. 그는 회동 후에도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싶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 내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추가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2억 달러(2천 6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2억 달러 지원에 대공 요격기와 대포, 탄약 등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