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과다수익’ 저격에 금융권 희망퇴직도 움찔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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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예년보다 금액 등 축소
대다수 은행은 공고도 내지 않아
수억 원 수령 퇴직자 양산 부담에
고금리 이자 장사 비판 이어지자
희망퇴직 정례화 폐지까지 검토

최근 정부가 고금리로 인한 은행 과다 수익을 연일 압박하면서, 연말 은행권의 직원 희망퇴직에도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은행권이 ‘억 소리’ 나는 희망퇴직 시행에 부담을 느끼면서 지역 대표 은행인 BNK부산은행은 예년과 달리 희망퇴직 범위, 금액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시중은행도 현재 희망퇴직 공고를 내지 않으면서 정부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13일 부산은행 등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지난 8일 사내에 희망퇴직자 접수 공고를 냈다. 지난 11일 마감된 희망퇴직 대상자는 1968~1973년생으로 한정됐다. 1968년생은 월 평균 임금 29개월 치가 지급되고 1969년생부터 1973년생까지는 임금 27개월 치가 지급된다. 1969년생~1973년생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퇴직이 필요한 경우에만 희망퇴직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해 부산은행의 희망퇴직 대상과 지급 위로금의 규모는 예년과 비교하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1967년생은 월 평균 임금 32개월 치를 지급받았고 1968년생·1975~1982년생은 40개월, 1969~1974년생은 42개월,1983년생 이후 출생자는 38개월 분의 임금을 보전받았다.

희망퇴직의 범위가 사실상 전 직원이었으나 올해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대상자를 기준으로 5년으로 한정했다. 지난해 인사 발령 기준으로 희망퇴직자는 68명, 2021년은 149명, 2020년 101명이었으나 올 연말에는 18명의 직원만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시중 5대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중 농협만 유일하게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의 희망퇴직 조건은 56세 직원에게는 월 평균 임금 28개월 치를 제공하고 40~55세 직원에게는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연령대 직원에게 최대 39개월 치 임금을 지급했는데, 올해 퇴직금 규모가 크게 줄었다.

농협을 제외한 4개 은행은 희망퇴직 조건과 시기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낮은 희망퇴직 조건으로는 노조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고 노조를 설득해도 조건이 좋지 않으면 희망퇴직 신청 직원이 줄어 경영, 인력 구조 효율화의 목적이 빛이 바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정례화된 연초 희망퇴직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희망퇴직 기조 변화는 최근 정부의 은행권을 향한 연이은 상생금융 압박 등의 ‘견제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대통령이 고금리에 따른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상황에서 수억 원을 수령하는 희망퇴직자 양산이 부담스럽게 작용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이자 이익, 수수료 이익뿐 아니라 대내외 관심도 높은 희망퇴직금 등의 산정 기준과 과거 대비 주요 변동 원인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며 희망퇴직금에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지난해 발표된 은행경영현황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자들에게 1인당 평균 3억 5548만 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했다. 은행 별로는 하나은행 4억 794만 원, KB국민은행 3억7600만 원, 우리은행 3억7236만 원, NH농협은행 3억 2712만 원, 신한은행 2억 9396만 원 등이다. 지역의 경우 대구은행은 4억 7435만 원, 경남은행 3억9446만 원, 부산은행 3억8490만 원 순이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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