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도시철도 무임승차 국비지원 희망 접었나?
수년간 국비확보 핵심사업 추진
내년 예산 증액 요구선 맨 뒤로
요금 인상 택해 국비 명분 상실
부산시가 내년 국비확보와 관련,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지원 등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도시철도 요금을 인상하면서 ‘국비 지원’을 요구할 명분을 잃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산시는 도시철도 이동 편의시설 설치 사업,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 등도 국비 확보의 ‘후순위’에 배치해 사실상 국비 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부산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시는 국회에 전달한 ‘2024년 국회 증액사업’ 우선순위 목록에서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지원 사업을 ‘꼴찌’로 배치했다. 일반적으로 국회 증액심사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증액 요청 사업은 ‘우선순위’가 정해져 여야 예결 소위 위원들에게 전달된다. 예결소위 위원들은 이 목록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증액 예산을 배분한다. 우선순위에서 마지막에 배치된 사업은 사실상 지자체 수준에서 ‘증액 포기’ 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 요청을 지난 수년간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다. 올해도 무임손실이 1234억 원이라고 분석한 부산시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에 대응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철도의 운영을 위해 무임손실 국비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비 898억 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도시철도 요금 결정은 지자체 사무로 무임 수송에 따른 손실도 지자체 부담”이라며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도 국비 지원을 거부했지만 도시철도 요금 결정을 이유로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 부산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도시철도 요금을 인상하면서 요금 인상으로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로 부산시와 국비 지원 ‘공동 전선’을 폈던 서울시의 경우 국비 지원이 안 될 경우 요금 인상을 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 등이 요금 인상으로 시민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비 확보를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도시철도의 ‘이동 편의시설’ 설치와 관련된 국비도 ‘끝에서 두 번째’ 순위에 배치했다. 부산에서는 도시철도 역사에 이동 편의시설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각 역사에 1개 이상 이동 편의시설이 설치돼 추가 예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도 도시철도 다음의 후순위로 배치했다. 경부선 지하화는 화명역~부산진역~부산역 사이 19.3㎞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다. 사상구, 북구, 부산진구 등이 혜택을 받게 돼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주요 ‘공약사업’으로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매우 낮게 설정했다. 국토부도 내년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철도 지하화 관련 종합계획이 수립되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용역 결과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부산시는 금정구의 산성로 확장 사업을 경부선 철도 지하화 다음의 후순위로 배치했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지원에서 산성로 확장까지 후순위 사업들은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증액 없이는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부산시가 이들 사업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도 국비 확보가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