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이 또 나와?” 몸 푸는 ‘올드보이’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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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계 은퇴했던 김무성
중·영도구 출마 점차 현실화
이인제·박지원·정동영·심재철
다선의원들 총선 출마 서둘러
어수선한 정국 속 ‘노욕’ 비판

국민의힘 당 쇄신 파장과 더불어민주당 계파 갈등 속 정국이 어수선해진 틈을 타 ‘올드 보이’(OB)들이 대거 총선 몸풀기에 나섰다. ‘옥새 파동’의 주인공인 김무성(72) 전 새누리당 대표부터 ‘피닉제’로 통하는 이인제(75) 전 의원, 박지원(81) 전 국정원장, 정동영(70) 전 통일부 장관, 5선의 심재철(65) 전 국회부의장 등이 총선 채비에 나섰다.

최근 ‘586 용퇴론’ 등 정치권의 새 인물 수혈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이들의 등판이 정치 문화를 되레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여권의 경우 당 쇄신에 불씨를 지핀 후배 정치인의 ‘백의종군’ 선언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13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이른바 OB 정치인들의 출마 행보가 곳곳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김 전 대표의 중·영도구 출마설이 점차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복수 정치권 인사에 의하면 김 전 대표는 최근 일부 측근에게 중·영도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모임이나 행사 참석 등으로 중·영도 지역에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 남구와 중영도구에서 6선 의원을 지낸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 뒤 이후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은 이후 사실상 정계 복귀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바 있다. 그는 올해 6월까지만 해도 “나이 70살을 넘어 표 달라는 건 옳지 못하다”며 “사람이 없다면 사람을 만들어야지, 사람이 없다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이)되돌아가고 그런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 지역 현역인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되자 이런 입장을 번복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21대 총선 국민의힘 공천 당시 측근인 황보 의원의 공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이 처한 어려움에 책임이 적지 않은 김 전 대표가 자중하면서 역량 있는 신진들을 키우지 않고 다시 선수로 나서는 걸 노욕이 아닌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타 지역 OB들도 총선을 앞두고 분주하다. ‘피닉제’(불사조+이인제)로 통하는 이 전 의원과 민주당 고문을 맡고 있는 박 전 국정원장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 전 장관 역시 전북 전주병 지역에서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야 모두 중진 용퇴 등 ‘인적 쇄신’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반발도 상당하다. 인적 쇄신이 그간 총선에서 원내 1·2당을 나눈 카드로 사용된 만큼 이들의 복귀가 당에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새누리당 6선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로 인적 쇄신의 물꼬를 텄다. 이어 김형오·박진·원희룡·장제원 등 소장파와 쇄신파의 불출마로 이어져 쇄신 이미지를 쌓은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에 승리했다.

민주당에서도 ‘OB의 귀환’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열심히 싸우는 후배 정치인들의 등에 총을 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직격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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