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사퇴…국민의힘 인적 쇄신 격랑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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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회동 후 전격 사퇴 발표
김 대표 윤 정부 성공 거듭 강조
당내 주류 희생 기조 커질 가능성
출마 여부 따라 PK 쇄신 갈릴 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선출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선출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장제원 의원의 ‘희생 바통’을 이어받았다. ‘친윤 핵심’인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김 대표를 향한 당 당내 거취 압박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김 대표도 전격적인 사퇴 선언을 한 것이다. 김 대표가 고심 끝에 용단을 내리면서 당내 쇄신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다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지역구인 울산에서 5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당내 반응도 주목된다.

김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국회 출근을 하지 않는 등 ‘잠행’을 이어가다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사퇴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 성공과 당의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장 의원은 국민의힘 중진 중 처음으로 22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친윤·중진 희생’ 요구를 가장 먼저 수용했다. 지난 11월 인요한 혁신위가 ‘지도부·친윤·중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당내에서 ‘주류 희생’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김 대표는 장 의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희생’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특히 최근 당정 지지율 정체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며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했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이 김 대표를 직격하며 사퇴를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이 당 대표를 압박하는 중진 의원들을 몰아세우며 당 내홍으로 번지기도 했다. 김 의원의 결단엔 심화하는 당 분열을 막고 총선 전 ‘여당 원팀’을 이뤄야 한단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사퇴 입장문을 통해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제 몫”이라며 “그에 따른 비판도 제 몫이다.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당초 김 대표의 결단 시점은 이르면 14일로 전망됐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가 열리는 만큼 전후 결단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그의 사퇴가 당내 기정사실처럼 돌면서 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이준석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양측은 거취에 대해 논의했고, 이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거취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이날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총선 불출마’ 입장은 표명하지 않으면서 당내 인적 쇄신 기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장 의원에 이어 김 대표까지 릴레이 불출마에 나설 경우, 인적 쇄신 압력의 강도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소속 의원, 특히 영남권 중의원들이 김 대표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운 게 사실이다. 일단 김 대표가 대표직을 버리는 대신 현 지역구(울산 남을)에서 5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울산 여권에서는 김 대표가 지역 내 야권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지역에 출마해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이 경우, 영남 내 야당세가 가장 강한 ‘낙동강벨트’를 끼고 있는 부산·경남 현역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의 강도 또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 대표의 사퇴에도 당 지지율 정체로 총선 위기론이 심화될 경우, 결국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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