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잘 디자인 된 것이 문화재로 남는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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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서성이다> 표지. <박물관에서·서성이다> 표지.

박물관에서·서성이다/박현택

세상의 수많은 상품, 그리고 현대 예술작품 가운데 어떤 것이 유물이 되어 박물관에 소장될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구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지만 <박물관에서·서성이다>를 읽으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잘 디자인된 것들이 가치 있는 문화재로 남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디자이너로 30여 년간 일하다 퇴직해 지금은 연필뮤지엄 관장으로 있는 이의 주장이라 믿음이 간다. 전통 문화유산들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새롭게 다시 보니 확실히 다르다.

작은 글씨로 ‘간즉충(諫則忠)’이라고 써진 ‘충(忠)’자 그림글씨에 대한 해석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하면 좋은데 글로만 설명하려니 필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이 그림글씨에는 용과 물고기가 등장한다. 뜻밖에도 용이 물고기가 된 변고가 발생했다. 국정을 농단하는 무리를 경계하라고 바른말을 하는 것이 간즉충, 즉 충성이다. 그걸 새겨듣지 않으면 용도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경고장 같은 글이다.

민화의 예술적인 책무가 ‘협객’과 같다는 주장도 신선하다. 협객은 벼슬자리를 탐하지 않으며 장수들과 누가 더 센지 겨루지 않는다. 명분을 침해하려는 자가 나타났을 때만 기꺼이 나설 뿐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낯섦, 야(野)한 것에 열광한단다. 책 뒤쪽으로 가면 디자인 투어하기 좋은 박물관이나 정원도 소개하고 있다. 장자는 인생을 바쁘게 살지 말라고 했다. 삶을 그대로 누리며 살아야지, 하루하루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소풍처럼 여기라고 했다. 도올 김용옥은 서문에서 “이 책은 지식이 아니라 영감이다”라고 정리해 버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계획하는 요즘 읽기 좋은 책 같다. 박현택 지음/통나무/288쪽/1만 95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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