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 책] 해항의 정치사 外
■남과 북, 좌와 우의 경계에서
우리는 북한을 모른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정보만으로는 북한 현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진짜 북한 이야기를 북한 출신 언론인이자 경계인인 주성하가 들려준다. 북한이 매번 펼쳐 보이는 열병식이 허세만 가득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숨은 비화가 흥미진진하다. 주성하 지음/교유당/504쪽/2만 2000원.
■학교의 발견, 교실의 발명
지금도 학교에 가면 긴 일자형 복도를 따라 교실이 똑같은 규모로 배치되어 있다. 이걸 ‘편복도 구조’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감옥의 구조와 같다. 일제 강점기에 기본 개념이 설게되었다니 무려 100년이 지난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지려면 교실과 학교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 선진국의 교육 건축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김성원 지음/소동/448쪽/2만 5000원.
■해항의 정치사
섬나라 일본에는 수많은 해항(海港)이 있지만 뜻밖에도 해항사에 대한 연구는 단편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지역 사회가 항구의 혜택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일본 해항사 연구 부재의 공백을 이 책이 메우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관심이 많은 항만 재개발에 대한 이해에도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이나요시 아키라 지음/최민경 옮김/소명출판/538쪽/4만 1000원.
■지역정당
우리나라 정당법은 5개 이상 시·도당을 두고 각 시·도당마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해야만 정당으로 인정한다. 이건 미국·영국·일본 등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지역정당이 필요하다. 저자는 지역정당인 은평민들레당 당원으로 지역정당 인큐베이팅 사업의 기획과 진행을 하고 있다. 윤현식 지음/산지니/360쪽/2만 5000원.
■안영배의 수토 기행
‘수토(搜討)’는 우리 민족의 숨결이 묻어 있는 유적지나 명승지를 샅샅이 훑어보는 답사 행위이자 이를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로 본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는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구도로까지 여긴다. 부제인 ‘나를 충전하는 명당을 찾아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의 신선 족보를 추적하는 등 흥미로운 내용을 많이 담았다. 안영배 지음/덕주/347쪽/2만 원.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미국이 달라졌다. 대체 지금의 미국은 한국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한국의 안보 현실을 한반도와 동북아에 국한하지 말고 인도태평양과 세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미국 국영 방송 VOA(미국의 소리)에서 2019년부터 4년여간 펜타곤(미국 국방부) 담당 취재 기자로 일한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 한국은 이제 스스로 변해야 한다. 김동현 지음/부키/376쪽/2만 원.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4
다산 정약용의 학문을 알리는 데 힘써온 저자가 중국 사천성으로 떠났다. 사천은 풍족한 물산으로 ‘하늘의 곳간을 가진 나라〔天府之國〕’라고 불린 곳이다. 사천은 중국의 명주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자, 보이차 산지다. 한마디로 중국 인문 기행의 보물창고라고 하겠다. 사천성 고유의 술과 차를 따로 소개해 여행과 풍류를 함께 즐기는 이들에게 더욱 유용하다. 송재소 지음/창비/424쪽/2만 3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