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에 싼 2000만 원 기부한 어르신 “‘사랑의 온도’ 너무 낮아”
80대 연제구청에 성금 기탁
익명의 어르신이 올해 ‘사랑의 온도탑’의 기부 온도가 낮은 게 안타깝다며 신문지에 싼 2000만 원을 기부했다.
14일 부산 연제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80대 할머니가 연제구청을 찾아와 성금을 기탁했다. 할머니는 신문지 뭉치를 복지정책과 직원에게 전달했다. 둘둘 싼 신문지 속엔 할머니가 오전 내내 한 장 한 장 센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차곡차곡 모아온 5만 원 권 100장 다발 네 묶음. 총 2000만 원이다.
할머니는 “매일 뉴스를 보는데, 올해 ‘희망 2024 나눔 캠페인’ 온도탑의 기부 금액이 적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며 오래전부터 기부하기 위해 모아온 돈을 건넸다.
연제구청 직원은 할머니의 따뜻한 기부에 놀라 2시간 가까이 면담을 하며 이름과 직업, 거주지 동이라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꾸 그러면 기부하지 않겠다”며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도 고사했다.
주석수 연제구청장은 “어렵게 모으신 돈을 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부해주신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이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에게 온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24 나눔 캠페인은 내년 1월 31일까지 108억 6000만 원을 모금하는 게 목표다. 올해도 온정을 상징하는 ‘사랑의 온도탑’이 송상현광장에 세워졌다. 온도는 1억 860만 원이 모이면 1도씩 올라가고,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가 된다. 14일 오후 5시 기준 온도는 22도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