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올해 피해목 4만 4000그루, 25%↑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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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따른 온난화로 매개충 활동 증가
소나무깍지벌레·참나무 시들음병도 ‘비상’


울산 울주군 온양읍 내광리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면서 푸르러야 할 소나무숲 곳곳이 붉게 물들어 말라 죽어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울주군 온양읍 내광리 한 야산에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면서 푸르러야 할 소나무숲 곳곳이 붉게 물들어 말라 죽어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울주군 온양읍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지역에서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울주군 온양읍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지역에서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 제공

한동안 주춤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울산지역에 급속도로 확산해 대규모 산림 피해가 우려된다. 여기에 솔껍질깍지벌레와 참나무 시들음병까지 맹위를 떨치면서 방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울산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4만 4000여 그루(2022년 5월~올해 4월 기준)로, 1년 전 3만 3000여 그루보다 25%가량 늘었다. 산림당국은 매년 4월 기준(지난해 5월∼그해 4월)으로 피해 나무 수를 집계한다.

울산 5개 시·군 중에는 울주군 감염목이 3만 그루에 달해 전체 68%를 차지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 울산의 이 같은 피해 규모는 경북과 경남, 대구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치다.

울산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2019년 9만 6000여 그루에서 2020년 7만 2000여 그루, 지난해 3만 3000여 그루 등 최근 몇 년 새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감염 우려목까지 포함하면 9만 1000여 그루에 이른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도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는 2021년 30만 7900여 그루, 2022년 37만 8000여 그루에서 올해 106만 5900여 그루로 급증했다. 지난해 대비 올해 2.8배나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꼽힌다. 울산시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등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은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고사목에 서식하는 소나무 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새로운 나무로 옮겨 다니며 확산한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과 영양분의 이동 통로가 막혀 단기간에 붉게 시들어 말라 죽는데, 벌채하는 것 외에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10월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소나무재선충병과 유사한 피해 형태를 보이는 솔껍질깍지벌레의 발병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올해 울산시가 집계한 솔껍질깍지벌레 방제 범위는 지금까지 100ha에 달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울경을 중심으로 참나무 시들음병까지 창궐 조짐을 보인다(본보 11월 23일 자 12면 보도). 참나무 시들음병은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 곰팡이균을 몸에 지닌 채 참나무로 들어가 병을 옮기는데, 감염된 참나무는 잎이 시들고 빨갛게 마른다. 참나무 시들음병 역시 소나무재선충병같이 완전한 방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은 방제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지속해서 예방 나무주사를 놓고 파쇄·훈증 등 지상방제도 병행하고 있으나 당분간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등의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자 방제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생명의숲 김우성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소나무재선충 피해목에 파쇄나 훈증 처리 작업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방제포가 벗겨져 다시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기관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현재 한계가 명확한 재선충병 피해목 처리방식 등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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