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이스피싱 80여 건 예방…고객 쌈짓돈 지키는 ‘히어로’
박주현 부산은행 반송운봉점 주임
2009년부터 인출책 검거 등 일조
경찰서·구청 등 표창·감사장 받아
“고객 소중한 자산 지켜 자부심”
“보이스피싱, 제가 있는 한 끝까지 막겠습니다.”
부산은행 반송운봉영업점의 로비 매니저 박주현(47) 주임은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고객들의 쌈짓돈을 지키는 생활 속 ‘히어로’다. 그는 2009년부터 은행에서 일하며 파밍, 스미싱 등 간단한 문자 사기부터 인출책까지 동원된 보이스피싱 일당 등을 잡는 데 일조했다. 그렇게 막은 보이스피싱 범죄 횟수만 80건이 넘는다. 그는 “노하우라기보단, 고객들에게 집중해 잘 살피다 보니 많은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며 “요즘은 은행을 거치지 않거나, 수표와 현금을 같이 인출하게 하는 등 날이 갈수록 보이스피싱 수법이 교묘해져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진경찰서, 해운대구청, 부산지방경찰청 등으로부터 총 8개의 표창장과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수십 번 범죄를 막았지만, 그는 ‘로맨스스캠’을 막았던 것을 가장 보람찬 일 중 하나로 꼽았다. 로맨스스캠이란 SNS로 친분을 쌓은 뒤 결국 결혼이나, 이민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다. 박 씨는 “2021년 8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은행으로 들어왔다”며 “이란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3500만 원을 입금해야 한다면서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란에서 찍었다는 사진의 배경이 딱 봐도 서울이었다”고 말했다. 수상함을 느낀 박 씨가 그간의 과정을 물어보니 전형적인 로맨스스캠 수법과 일치했다. 박 씨는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아서 로맨스스캠에 잘 당하는 것 같다”며 “그때 그 고객이 참 슬퍼했는데, 결국 올해 한국분과 결혼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의 정의감은 타고났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은행 밖에서도 ‘히어로’ 활동은 계속된다. 박 씨는 “지하철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던 여성을 구해준 적도 있고, 부산역에서 폭행당하던 노숙자를 구해준 적도 있다”며 곤란한 사람들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박 씨의 이와 같은 행동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보이스피싱범들로부터 원한을 사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아니나 다를까 박 씨의 일화를 소개하는 한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에 박 씨의 부인 이름을 거론하며 ‘조심하라’는 댓글이 달린 것. 박 씨는 “그 댓글을 보는 순간 한 달 동안 잠을 못 잤다”며 “얼굴이 알려져 쓰던 안경도 바꾸고, 일부러 집에서 먼 지하철역에 내려 돌아다니다가 귀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 씨는 보이스피싱을 막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두 아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은 아버지이자, 사람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기는 은행의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젊은 사람들이나 어르신들이나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당할 수 있다”며 “은행에서는 절대 문자로 송금을 해달라느니,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각별한 주의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의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근무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안전한 부산은행과 제가 있는 반송운봉영업소를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