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 1전시장 전체가 거대한 탁구장으로 변한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D-60
조직위, 막바지 대회 준비 분주
벡스코 통째로 경기장 변신 예정
가변관중석 5000석, 10만 명 발길
"호텔-경기장 15분 이내 큰 장점"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제1전시장. 지하 1층 식당가 복도 끝에 ‘디-데이(D-DAY)’를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자 초대형 탁구 라켓이 방문객을 맞는다. 바로 옆 크리스마스 트리에도 탁구 라켓 모양 메모지가 빼곡히 걸렸다. 로비 한구석에 세워진 탁구대까지, 온통 탁구 세상인 이곳은 ‘BNK 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 사무실이다.
올해 초 서울에서 20명 인원으로 출범한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는 지난 9월, 개최지 부산으로 내려왔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현재 조직위는 2본부 7부 14팀 체제로 모두 57명이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대회 실무를 총괄하는 조직위 사무총장은 한국 탁구의의 ‘레전드’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이 맡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선수 시절은 물론 감독·코치 등으로 14차례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경험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탁구 종목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특히 2024년은 한국 탁구 10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1924년 경성일일신문 제1회 핑퐁대회 이후 정확히 한 세기 만에 탁구 종목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이번 부산 대회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어 더욱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가 예상된다. 남녀 각 8장(팀)씩, 8강에 오른 팀은 2024 파리올림픽에 나갈 자격을 얻는다. 올림픽 전초전인 만큼, 남녀 각 40개국(팀)에서 세계 톱랭커를 비롯해 1000명의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다. 참가 국가만 48개국(남녀 팀 동반 출전 32개국)에 이른다.
정식 경기장이 아니라 컨벤션시설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도 특징이다. 부산에는 국제경기연맹 규정을 맞출 수 있는 스포츠시설이 마땅치 않아 ‘벡스코 개최’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경기장 공간으로만 벡스코 제1전시장 전체 2만 6508㎡(1·2·3홀)를 한 달 가까이 통째로 빌렸다. 1홀은 결승전과 본선 주요 경기가 열리는 메인 경기장으로, 탁구대 메인 코트 1개와 4000~5000석 규모의 가변 관중석이 설치된다. 3홀에는 예선과 본선 일부를 치르는 제2경기장이 마련돼, 7개 탁구 코트의 다양한 경기를 가변 관중석(1000명)에서 볼 수 있다. 2홀에는 선수용 연습장과 관람객을 위한 전시 부스가 들어선다. 연습장에는 일반 연습용과 경기 직전 웜업용 등 탁구대 32대를 갖춘다.
이 밖에 2·3층 회의실에는 경기 지원 시설이 들어서고 컨벤션홀 1~3층도 선수단 식당, 미디어센터, 국제심판 회의실 등 부대 공간으로 활용된다.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 등 2000명은 해운대 지역 호텔 7곳에 묵으며 셔틀버스로 경기장을 오간다.
조직위는 하루 평균 관중 4000명 등 대회 기간 모두 1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운대 일대에서 탁구 선수·관계자와 탁구 팬들 수천 명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셈이다.
김택수 조직위 사무총장은 “벡스코가 스포츠시설이 아니다 보니 공간 구성과 동선 짜기 등 대회를 준비하는 데 여러 애로사항이 있지만,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호텔과 경기장을 15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어 엄청난 장점”이라며 “우리나라 첫 세계탁구선수권인 만큼 안전하게 대회가 치러질 수 있도록 막바지 준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부산 대회는 자원봉사자 규모 면에서도 여느 행사를 압도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정도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900명의 자원봉사자가 3교대로 활동하게 된다. 앞서 부산지역에서 1차로 자원봉사자 300여 명을 선발했고, 연말까지 전국 단위로 2차 모집을 진행 중이다.
한편, 1926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올림픽을 제외하고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다. 현재는 격년제로 짝수 해는 ‘단체전’, 홀수 해는 ‘개인전’을 연다. 부산 대회는 내년 2월 16~25일 열흘 동안 남자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두 종목을 치른다. 팀별 5명의 선수 중 3명이 출전해 단식 5경기(5판 3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우리나라는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을 기준(12월 현재)으로 여자팀에 신유빈(8위)·전지희(37위)·이시온(45위), 남자팀은 장우진(10위)·임종훈(17위)·이상수(28위) 등이 선수로 뛸 예정이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은 대회를 한 달 앞둔 내년 1월 16일 부산e스포츠경기장(BRENA)에서 조 추첨식을 열고, 대회 둘째 날인 2월 17일 공식 개막식을 갖는다. 입장권 예매는 이달 말부터 온라인을 통해 시작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