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 동결… 한은, 금리 인하 시점 ‘저울질’
연준 사실상 ‘긴축 종료’ 선언
파월 “기준금리 정점 근처 도달”
미 금리 내년 1분기 인하 전망
한은 내년 하반기 금리 내릴 듯
글로벌 금융시장, 일제히 반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사실상 선언하며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연준이 내년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시장은 사실상 길었던 긴축의 시기가 끝냈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 수준(5.25~5.50%)으로 동결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 결정이며, 한국(3.50%)과의 금리 격차는 2%포인트(P)를 유지하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상 랠리를 멈추겠다는 뜻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이날 공개된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 점도표를 두고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FOMC 위원들의 관점”이라고도 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현재 금리(5.25~5.50%)과 비교하면 세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것.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내년 1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3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0.8%로 예상한다.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사실상 선언하고 나서며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간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경기침체 상황 사이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왔었다.
고금리에도 멈출 기미가 없는 가계부채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했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 지연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안 등으로 동결해야 하는 ‘통화정책 딜레마’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선언하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지만, 가계부채 증가 폭이 더 커지고 물가가 더 치솟을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며 금통위원 과반이 0.25%P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등을 확인한 뒤 내년 하반기쯤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키움증권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한국은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뒤인 7월쯤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종료 시그널에 국제 금융시장은 일제히 반등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 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월 4일의 고점 기록을 약 2년 만에 경신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