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70주년 해양경찰, 100년 향한 항해
채광철 남해해양경찰청장
해양경찰은 충무공 이순신이 높이 평가한 부산포 해전의 역사적인 현장에서 1953년 12월 23일 소해정 6척을 인수해 해양경찰대로 출발했다. 눈부신 성장과 시련을 거친 해양경찰은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았고 이제 100년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였다.
해양은 다양한 국가들의 활동과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때로는 자원개발, 환경보호, 영토 및 어업 분쟁 등에서 주변국과 갈등이 발생하며 평화로운 국제 해양 관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해양경찰이 위성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해양정보융합플랫폼(MDA) 구축을 시작한 것도 해양 패권을 두고 다투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첨단 장비의 증강과 더불어 미래의 해양경찰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국민이 부여한 사명감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해양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국익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해양경찰의 사명은 한결같아야 한다.
일에 대한 창의, 열정도 중요하다.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가 창의, 열정의 대표적 사례다. 한 직원이 하늘을 나는 듯 헤엄치는 펭귄, 줄 타는 오랑우탄 등 자연 속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른바 ‘행동전시’ 관람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폐쇄 위기의 동물원은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최고의 동물원으로 탈바꿈했다.
정부에서도 공직자에게 규제혁신과 적극행정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창의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행정규제를 폐지·개선하면서 창의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로 적극 행정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규제혁신과 함께 적극행정의 사례는 가까이에서 이미 국민들이 체험하고 있다. 2015년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횡단보도 그늘막, 2016년도 길을 잘 찾지 못하던 담당자가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고속도로 분기점에 그린 컬러 유도선, 2019년도 한 경찰관이 어르신들 무단횡단을 방지하고자 만든 신호등 기둥의 장수의자 등은 이미 전국으로 확산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해양경찰도 국민 편익을 위해 각종 제도를 개선했다. 수상레저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 레저기구 검사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전기 추진 동력수상레저기구가 시장진출을 가능하게 했고, 등록 대상 동력수상레저기구의 원거리 활동을 허가제도에서 신고제도로 개선해 국민의 편익을 증진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극행정 우수기관을 달성하는 등 정부 부처에 모범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연안해역의 구조사각지대에서 해양경찰 구조세력의 접근이 쉽지 않을 때 국민의 생명을 신속히 구조할 방안을 고민하다 민간 서프구조대를 조직화했다. 부산·속초·포항·제주 등 30여 개 해변에서 330여 명의 민간 서퍼구조대원이 해양경찰과 함께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게 됐다. 이처럼 적극행정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작은 시선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에머빌 교수는 창의성을 전문성, 창의적 사고능력, 동기로 구성 요소를 정의하고 있다. 주목한 것은 동기다. 자부심과 긍지가 곧 창의, 열정의 동기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해양경찰은 100년을 향한 항해에 창의와 열정을 담아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조직으로 더욱 성장해 세계의 해양경찰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해양경찰이 될 것이다. 충무공 혼이 서린 해양경찰 창설지인 부산! 우리 바다의 중심에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의 소임을 맡고 있는 감회와 책임감을 크게 느끼며, 막중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바다! 다음 세대가 희망으로 바라볼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지는 1만 3000여 명의 해양경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