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망 1주기… 이제야 잘못 인정한 동거녀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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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14일 항소심 공판 열어
범죄 인정 반성문 30여 건 제출
시민단체 “1심 징역 20년 가볍다”

가을이가 숨진 지 1년이 된 14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의 가해자 엄벌 촉구 1인 시위 모습. 부산일보DB 가을이가 숨진 지 1년이 된 14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의 가해자 엄벌 촉구 1인 시위 모습. 부산일보DB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성범죄와 아동학대가 맞물려 4세 여아가 참담하게 숨진 ‘가을이 사건’ 가해자인 동거녀가 처음으로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가을이가 숨진 지 1주기가 되는 날이어서 법정 분위기는 한층 숙연했다.


14일 오전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 심리로 열린 가을이 사건 동거녀 A 씨(아동학대살해 방조 등)와 남편 B 씨(상습아동유기 방임)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A 씨가 범죄 사실을 시인하는 듯한 내용의 반성문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며 변호인에게 반성문 취지에 대해 질의했다. 재판부는 “이달 들어 매일 A 씨가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무죄를 다투는 본인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하다’는 문구와 내용이다”며 “항소 취지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반성문만 30여 건을 제출했는데, 죄를 인정하는 내용이 상당수였다. 무죄를 주장하던 기존 입장과는 차이가 커 정확한 취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A 씨 부부 변호인은 “반성문 내용을 몰랐고, 법리적 다툼은 계속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갑작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기도 했다.

재판 말미, 발언 기회를 얻은 A 씨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1심 재판에서부터 당당하게 무죄를 주장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가을이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째 되는 날 열린 재판이다 보니 A 씨 역시 감정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친모가 성매매로 벌어온 돈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배달 음식을 주문하여 먹었음에도 피해 아동에게는 적절한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다”며 1심 구형량과 동일하게 A 씨에게 징역 30년, B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A 씨는 징역 20년, B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시민들이 가을이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란다며 가을이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실명까지 시키고 거의 굶겨 죽인 친모와 이에 동조한 동거인 부부는 오늘이 가을이의 기일임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죄 없이 죽은 가을이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와 더불어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동거인에게 엄벌을 선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가을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더는 있어서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될 사건”이라며 “잠시 우리가 살던 세상에 머물다 간 가을이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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