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학대 사건’ 9억 배상 판결
‘아영이’ 부모 손배소 일부 승소
재판부 “불법 행위 병원 등 책임”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 불명에 빠지게 한 이른바 ‘아영이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이 부모에게 위자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9민사부는 14일 아영이 부모가 산부인과 신생아실 간호사 A 씨와 병원 원장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재산상 손해배상·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총 9억 4336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산상 피해금액 7억 3000만 원과 정신적 손해배상 1억 5000만 원 등 원고의 청구 금액(13억 9069만 원)의 67% 정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민사재판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이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된다”며 “피고인들의 불법 행위는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피고 A 씨는 불법 행위의 행위자로서, 피고 B 씨는 A 씨의 사용자로서 망인과 원고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간호사 A 씨는 2019년 10월 20일 동래구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태어난 지 닷새 된 아영이를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 등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19년 10~12월 총 21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14명의 신생아실 아기를 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상습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혐의가 인정돼 1·2심에서 선고된 징역 6년을 지난 5월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아영이 아버지는 “위자료 등이 다소 적게 인정돼 아쉽지만 우선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병상에 있던 아영이는 결국 지난 6월 28일 심정지에 빠져 사망 판정을 받고 심장, 폐, 간, 신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장기 이식을 주도한 주치의가 “심부전으로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수술 후 병원 밖을 처음 경험했다. 아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아영이 덕분”이라는 감사 편지도 보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