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체제로 총선 치르는 국힘, 위원장 인선에 분주
국민적 공감대·현안 해결 능력 등
중진 회의에서 자질 구체적 언급
안대희·김한길·한동훈·원희룡에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까지 하마평
비대위 출범 후 지도부 사퇴할 듯
국민의힘이 14일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따라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고조되는 총선 위기론 속에서 4개월 남은 기간 동안 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쇄신 공천을 통해 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할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김 전 대표 사퇴 다음 날인 이날 오전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열 상황이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아서 비대위 체제로 빨리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인선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총선 승리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할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 그런 기준으로 물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인지 아닌지는 선택을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 변화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인물이 돼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당내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부터 최근 ‘서울 6석 우세’ 등 당 위기 원인을 보면 중도 외연 확장에 실패했기 때문 아니냐”면서 “지지층이 선호하는 인물이 아니라 중도로 지지세를 넓힐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높은 인지도와 화려한 언변으로 보수층 ‘팬덤’을 갖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검사 출신이라는 점, 또 선거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현직 장관 신분에서 곧바로 당 운영의 키를 맡기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거 경험이 풍부하지만, 한 장관과 마찬가지로 중도 확장을 위한 당정 관계 재정립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 적합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도 전략 기획에 밝은 ‘책사’로 활약해온 그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윤 대통령에게 수시로 정치적 조언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야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전통적인 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 데다, 그 역시 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가 가능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주류 희생’ 혁신안 등으로 현재의 쇄신 분위기를 조성한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언급이 되고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돌발 언행, 정치 경험 부족 등으로 비대위원장을 맡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보수 진영 싱크탱크 격인 ‘경제사회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도 물망에 오른다.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당시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노무현 정부 불법 대선자금 등을 수사하며 ‘국민검사’로서 인기를 누린 안 전 대법관은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 경험도 적지 않다. 다만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이 있을 수 있다. 안 전 대법관은 공천관리위원장으로도 비중 있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총선 전에 이미 비대위를 이끈 경험이 있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각종 당직 제의를 고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기존에 언급된 인물들 외에 전혀 새로운 이름들도 거론되는 분위기”라며 “인선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당초 이달 중순 쯤으로 예상됐던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시기도 연말이나 내년 초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지도부로 활동한 최고위원들은 비대위 출범 후 당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 분위기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일괄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