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으며 떠난 지휘자 “객원으로 다시 불러 주세요”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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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향 최수열 예술감독
6년 재임하고 14일 떠나
무대도 객석도 가슴 뭉클

지난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 ‘영웅의 생애’ 공연이 끝난 뒤 최수열 예술감독이 단원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 ‘영웅의 생애’ 공연이 끝난 뒤 최수열 예술감독이 단원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 ‘영웅의 생애’ 커튼콜에서 단원들이 엘가의 ‘님로드’ 연주를 시작하자 최수열 예술감독이 뒤돌아서 눈물을 닦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 ‘영웅의 생애’ 커튼콜에서 단원들이 엘가의 ‘님로드’ 연주를 시작하자 최수열 예술감독이 뒤돌아서 눈물을 닦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어깨 포옹을 하는 모습이 약 10분간 이어졌다.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R. 슈트라우스의 ‘내일(Morgen)’ 음원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객석에선 청중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 곡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 연주가 끝난 뒤 쏟아진 박수갈채부터 치자면 20분 정도 된다. 첫 곡 아르보 패르트의 ‘벤저민 브리튼을 기리는 칸투스’ 연주 시간 8분보다도 길었다. 통상 교향악단 연주 프로그램에서 협주곡을 포함해 3곡을 연주한다면 한 곡의 비중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시향 제606회 정기 연주회는 2017년부터 6여 년의 시간을 함께한 최수열 예술감독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무대였다. 특히 임홍균 악장과 최 예술감독이 마지막으로 껴안는 대목에선 1000여 명의 청중이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시작된 엘가의 ‘님로드’ 연주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퇴임하는 단원을 위해 부산시향이 늘 연주하던 그 음악을 이번 무대에선 지휘 없이 단원끼리 연주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부산을 떠나는 최 예술감독을 위한 연주였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최 예술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원들이 전달한 감사패와 꽃다발을 받은 최수열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단원들이 전달한 감사패와 꽃다발을 받은 최수열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최 예술감독은 이날 감사패도 3개나 받았다. 부산시와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그리고 부산시향. 그는 “감사패가 생각보다 무겁다”고 짐짓 엄살을 부리는가 싶더니 “칭찬으로 알고, 그 무거움을 즐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오늘(14일) 부산시향 내년 상반기 프로그램이 공개된 날인 만큼 내년에도 많이 보러 오세요”라고 말한 뒤 “이젠 객원 지휘자로 불러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지금까지 부산시향은 11명의 예술감독 혹은 상임(수석)지휘자를 만나고 떠나보냈지만, 다시금 부산시향 지휘봉을 잡은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지휘자와 악단 간 갈등으로 떠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웃으며, 박수받으며 떠나는 최 예술감독이 “객원(지휘자)으로 다시 올 날을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꺼낼 수 있다는 게 꽤 인상적이었다.

지난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가 끝난 뒤 대극장 로비에서 최수열 예술감독과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청중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가 끝난 뒤 대극장 로비에서 최수열 예술감독과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청중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 ‘영웅의 생애’ 공연이 끝난 뒤 최수열 예술감독이 사인회를 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6회 정기 연주회 ‘영웅의 생애’ 공연이 끝난 뒤 최수열 예술감독이 사인회를 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공연이 끝난 뒤 대극장 로비에서 열린 최 예술감독 사인회와 사진 촬영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날 함께 연주한 시향 단원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 손에 이끌린 꼬마와 머리 희끗희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이었다. 대부분은 부산 시민 관객인 듯했지만, 타지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최 예술감독 개인 팬일 수도 있지만, 부산시향을 응원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귀한 청중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떠나서 아쉽지만, 그동안 즐겁고 행복했다” “다른 공연장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 “앞으로 건승을 빌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최 예술감독도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가 어느 악단으로 가든,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앞으로의 부산시향도 최 예술감독이 쌓아 올린 성과 위에 더 성장하길 응원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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