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업무 대신해주며 7억 원 뜯어내
남편 건물로 대출받아 1억 원 착취도
일부는 경마장, 개인 빚 갚는 데 사용
울산지법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선고
“죄질 나쁘나, 남편이 처벌 원치 않아”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글을 모르는 사실혼 남편을 속여 수억 원의 재산을 빼돌린 6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2부(김종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사실혼 관계인 B 씨 소유의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가로채거나 B 씨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B 씨가 글을 읽고 쓸 수 없는 문맹인 점을 악용해 야금야금 재산을 뜯어냈다.

그는 2016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B 씨 계좌에서 373차례에 걸쳐 총 7억 3400만 원을 찾아 무단 사용했고, 일부는 경마장이나 성인PC방 도박자금과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또 2018년 9월 B 씨에게 ‘보험가입서’라고 속여 은행 대출신청서에 서명하게 한 뒤 B 씨 명의 건물을 담보로 1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지난해 6월에는 B 씨 소유 아파트 세입자가 전세 재계약을 원하자 B 씨 동의 없이 재계약을 하고 전세 보증금 등 8800만 원을 착복했고, 그해 11월에도 B 씨 소유 토지를 마음대로 팔아 1억 5800만 원을 갈취했다.

재판부는 “피해 금액을 볼 때 죄질이 무거우나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고, B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