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인복지관은 주민과 어울리며 웃고 나누는 곳" 이주은 부산뇌병변복지관 관장
직업 훈련·장애형제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운영
장애인 제도 개선에도 적극적
"복지관이 섬처럼 있으면 안 돼
주민에게 도움 되는 곳이어야"
‘29년 차 사회복지사’. 부산 북구 부산뇌병변복지관 이주은 관장이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다.
부산뇌병변복지관은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울산경남지회가 운영하는 곳으로 부산지역 유일한 뇌병변 장애인 복지관이다. 이 관장은 2011년 취임했다.
“1993년 감만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처음 출발했어요. 사회적으로 사회복지 영역이 왕성해지던 시기였습니다. 사회복지가 발전해 오는 과정을 쭉 경험한 거죠.”
노인전문 요양원 원장을 지낸 독특한 이력도 눈에 띈다. “37살에 노인요양원 원장으로 가서 2년간 일했어요. 좋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종합복지관에서만 일했더라면 각 시설의 장단점, 시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운영을 몰랐던 사람으로서 그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관장은 전문적이고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오고 있다. 그중 10년 이상 이어 온 장애·비장애 형제 멘토링 프로그램은 최근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에서 KBS 사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관장은 복지의 최고 꽃은 취업이라며 “장애는 좋아질 수는 있지만 없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2년에 직업 훈련 사업을 따러 가니, 뇌병변 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훈련을 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하고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결국 사업을 따냈고 올해까지 11년 차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장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재택근무가 늘면서 휠체어 접근성 문제가 해결된 거죠. 8명가량 수료하는 디자인취업반은 3년째 전원 취업 성공했습니다.”
부산뇌병변복지관은 지난 10월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개관 기념식은 이용자와 주민 등 900여 명이 어울린 ‘동네 축제’였다. 이 관장은 복지관을 ‘장애인 인식 개선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복지관에서 행사를 마련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요. 책은 무료로 줍니다. 동네 아이들 공연 장소로 빌려주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오시지요. 복지관에 와서 직접 장애인들과 만나는 기회가 돼요. 사람들은 장애인을 잘 몰라서 낯설어하는 것 같아요. 낯설지 않게 되면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요?”
복지관 1층에 카페를 들인 이유도 같다. “질 좋은 원두를 쓰면서 커피값은 1000원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주민들에게 복지관을 맛있는 곳, 좋은 향기가 나는 곳, 좋은 책 있는 곳, 밝은 곳으로 인식하게 하고 싶어요. 장애인복지관이 섬처럼 있으면 안 돼요. 주민도 올 수 있는 곳이면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잘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게 우리 일입니다.”
이 관장은 복지관 일뿐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 확보, 중증 장애인 치과치료 환경 개선 등 장애인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 관장은 “복지 일을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의 만족감이 더 크다”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복 받을 거라는 말을 듣고 사니 얼마나 행복한 직업이냐”고 웃었다.
이 관장은 마지막으로 옹호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복지관이 거점기관으로서 장애인을 대변하고 응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