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김 수출액, 사상 첫 1조 원 넘는다
11월까지 수출액 9500억 돌파
김, 수산물 수출액 부동의 1위
저열량·건강식 전 세계서 인기
해수부 "2027년엔 10억 달러"
국내산 김이 올해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 세계에서 건강식품 수요가 늘어난 덕분인데,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김 수출액을 10억 달러까지 높일 계획이다. 김은 수산물 중 수출액이 가장 높은 데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 국내에서 이뤄져 ‘검은 반도체’로 불린다.
1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김 수출액은 약 7억 3312 달러다. 지난 15일 기준 원·달러 환율(달러당 1296.5원)로 계산하면 약 9505억 원이다. 한 달 평균 수출액이 864억 원에 달한 것이다. 이로써 올해 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약 6억 100만 달러) 대비 22%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 6억 9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더불어 올해 김 수출액은 사상 최초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KMI 수산업관측센터는 월간 발행물을 통해 해외에서 우리나라 김에 대한 수요가 높아, 12월은 김 수출량이 평년 대비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업계도 이달 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조금 줄었지만, 수출 1조 원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은 라면과 함께 K-푸드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 품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전 세계 김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70.8%에 달한다. 수출국은 미국과 일본, 중국, 태국 등 120곳이다. 덕분에 김은 2019년부터 국내 수산물 중 수출액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9년 5억 7922만 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2021년 6억 9292만 달러까지 늘었다. 지난해는 김이 영양 부족으로 누렇게 변하는 ‘황백화 현상’과 갯병 등이 유행하며 수출액이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이를 극복하며 1조 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김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은 이유로는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꼽힌다. 해수부는 “과거에 김은 국내에서 밥반찬 등으로 소비됐지만 최근 해외에서 ‘저열량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김 업계가 김밥, 김 스낵 등 김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먹는 모습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한국 김’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김은 생산부터 가공, 유통 등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분류된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유발 효과가 빠짐없이 국내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또한 김은 대기업보다 중견기업 중심이라 양극화 해소 효과도 있다. 지난해 신안천사김은 김 업계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을 돌파해 수출 공로탑을 받기도 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김 산업을 적극 키우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수부는 올 9월 ‘제1차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에서 2027년까지 김 수출액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수부 조승환 장관은 최근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해수부는 올 3월 서천, 신안, 해남 3곳을 ‘김 산업 진흥구역’으로 처음 지정했다”면서 “김을 포함한 수산물 수출 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수출 바우처’ 사업을 확대하고, 국제박람회와 무역상담회 지원 대상을 280곳까지 늘리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