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항재개발 사업에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심재훈 (사)부산여해재단 자치회 통합총무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 다시 태어나다’란 타이틀로 신문 지상에 전면광고를 하는가 하면 각종 방송 매체를 통해 북항을 대거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 조감도에는 진짜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다.
임진년 9월 1일 여수에서 7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를 저어 부산 앞바다에 도착한 조선수군연합함대는 화준구미에서 5척, 다대포에서 8척, 서평포에서 9척, 절영도에서 2척 등 모두 24척의 적선을 격침하고, 지금의 영도다리 아래를 지나 북항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500여 척의 왜선 중에 100여 척을 수장시키는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 이 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가장 아끼던 정운 장군이 이마에 철환을 맞아 즉사할 만큼 치열하였고, 가덕도를거쳐 여수 전라좌수영으로 돌아간 장군은 선조 임금에게 부산포해전을 가장 큰 전투였다고 승첩 장계를 올리기도 했다.
부산포 해전은 누구나 알고 있는 한산도대첩보다 파괴한 적함이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 지금 부산대첩이라고 말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대첩은 조선 수군이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나라를 살리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부산대첩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없고 우리나라가 없고 우리 부산도 없었을 것이다.
1980년 손재식 부산시장이 여러 차례의 시민공청회 끝에 부산포 해전 승전일을 부산시민의 날(10월 5일)로 지정까지 하였으나 정작 조감도에는 북항을 있게 한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부산포해전을 기념하는 친수공원, 기념관, 상징물은 찾아볼 수 없다. 겨우 지난 5월 부산시에서 북항재개발지역 내 신설도로 2.3km를 ‘이순신 대로’라고 명명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체면을 살려 주는 듯했다.
전국의 이순신 관광지를 한번 보자. 거제, 통영, 한산도, 여수, 남해, 해남, 진도 등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들은 성역화되어 있고, 이순신 장군이 스쳐 지나간 중소도시 지역들조차 어떻게 해서든 이순신 장군과 연결 짓기 위한 아이템을 찾고 있다. 2019년 9월 창원시장은 진해구에 전국 최대 규모의 ‘이순신 장군 타워’를 건립하겠다고 하였고, 2023년 8월 광양시장은 1000억 원대 세계 최대 ‘이순신 철 동상’을 만들겠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이순신 동상만 크게 만들어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절대 옳다고 할 수 없다. ‘부산대첩’의 장소가 있는 우리 부산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이순신을 자랑할 만한 무언가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도에는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아름답게 정비된 북항 관문에 거북선을 포함한 이순신 관련 기념물이 우뚝 서 이들을 맞이하는 상상을 해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일본 해군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는 러·일전쟁 승리 후 기념식에서 영국의 넬슨 제독은 몰라도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는 비교하지 말라고 하였다. 자신은 이순신과 비교도 못 할 만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이 위대하다는 것이다.
혹, ‘왜 이순신만이냐’ ‘또 이순신이냐’고 말하는 시민이 있다면 경복궁 앞을 지키고 있는 이순신 동상이 왜 대한민국 수도의 중심 광화문에 버티고 서 있는지를 생각해 줬으면 한다.